극우단체 몰린 ‘전두환 야유’ 광주 동산초, 알고 보니 故 이한열 모교

국민일보

극우단체 몰린 ‘전두환 야유’ 광주 동산초, 알고 보니 故 이한열 모교

입력 2019-03-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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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광주지법으로 출두한 지난 11일 낮 12시30분쯤 법원 맞은편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창가에서 구경하고 있다. 광주=최현규 기자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는 ‘광주 법정’에 처음 서면서 어린이의 야유를 받았다. 지난 11일 광주지법 맞은편 동산초등학교에서 전씨의 출석을 구경하던 학생들이 “전두환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15일 이 학교 앞에 극우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를 표방하는 시민단체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GZSS 회원 10여명은 동산초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이 정치구호를 외쳤다. 이는 (학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일탈한 행위”라며 “광주교육이 대한민국의 질서 속에서 유지돼야 한다. (교사들이)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으면 교육공무원법 등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 중 펼친 현수막에 ‘학생들의 안전에 뒷전인 동산초 교장, 교감은 즉각 사퇴하라’고 썼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론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단체 회원들은 전씨를 향한 학생들의 야유를 ‘일탈 행위’로 규정했다.

전씨는 지난 11일 낮 12시30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전씨의 법원 출두는 직장·학교의 휴식시간인 점심식사 때와 맞물렸다. 광주지법 맞은편 동산초 창가에 모여 전씨의 출두를 구경하던 학생들은 “전두환 물러가라”고 외쳐 시민과 기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전씨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그 다음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수많은 광주시민들이 신군부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됐다.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GZSS 회원 10여명이 15일 광주 동산초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전씨는 그해 8월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접선거로 제11대 대통령, 이듬해 1월 창당된 민주정의당 총재를 맡아 헌법을 개정하고 제12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야말로 신군부의 최고 권력자였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때 대민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투병 등을 이유로 앞서 지난해 8월 27일과 지난 1월 7일에 두 차례 열린 공판기일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이 혐의에서 처음으로 법정에 설 때까지 10개월을 끌었다.

광주시민에게 사과는커녕 재판 출석을 지연하는 전씨를 향한 야유는 동산초 학생들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동산초는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교이기도 하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신군부의 독재 타도를 외치던 중 최루탄에 맞았고, 한 달여 뒤인 그해 7월 5일에 사망했다.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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