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사망 기사 속 내 아버지, 기억해 주세요’ 아들의 눈물

국민일보

[사연뉴스] ‘사망 기사 속 내 아버지, 기억해 주세요’ 아들의 눈물

입력 2019-03-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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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안타까운 사연으로 사건 기사로도 보도된 역주행 주행 차량에 사망한 택시 기사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드러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가해 차량에 대한 비난을 쏟고 있지만 그보다 훌륭한 아버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A씨는 18일 보배드림에 올린 글에서 지난 14일 경기도 평택의 한 국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택시 기사였던 A씨의 아버지는 그날 길을 잘못 들어 역주행한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사고 이후 난 불 때문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사연은 지상파 뉴스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A씨가 보배드림에 올린 글은 사부곡 같았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 석 자를 계속 부르면서 아버지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드러냈습니다.

‘저는 아버지 고OO을 정말 사랑합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아들이 아버지를 대하는 것보다 제가 제일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버지 고OO께서는 저에게 있어 거대한 산이었고 하늘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 있는 아버지 중에 가장 훌륭한 아버지 고OO이셨으니까요.

저희 아버지 고OO께서는 사실 많이 배우지 못하셨어요. 형제와 가족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시고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일만 하셨지요. 그렇게 힘들게 사셔서 키운 두 아들이 교사가 되었을 때 저희는 그런 아버지의 자랑이었습니다. 저는 배우지 못하신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가족에 대한 희생과 사랑이 극진하셨으니까요.

회사택시 시절 24시간씩 교대를 하여 회사 택시를 운전하실 때 아버지께서는 정말 24시간을 일하시고 그다음 24시간에는 리어카를 끌며 고물을 주워다 파시며 고생하셨어요. 그래서 개인택시를 받았을 때는 세상이 바뀐 듯 하였지요. 아버지 고OO 께서는 1년에 3일 정도만 쉬시며 일하셨습니다. 내가 하루 쉬면 얼마가 손해라며 정말 인생을 재미 없게 사셨어요.’

A씨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동료분에게 말씀을 들으며 눈물을 한 번 더 훔쳐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품이 좋으셨던 분, 입만 열면 자식을 자랑하시던 분, 진짜 열심히 일하셨고 가족만 생각하신 분이라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왔습니다.



담담한 듯 글을 써 내려갔지만 A씨는 심적으로 많이 무너졌다고 했습니다. 교사인 자신이 제자들에게 강조한 사회 정의에 대한 가르침이 다 틀린 것 같아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다고요.


하지만 그가 이렇게 아버지의 실명까지 남기면서 글을 쓴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고인이 되신 저희 아버지 고OO을 사고난 불운의 택시기사로 잠시나마 세상에 알려졌지만 저희 아버지 고OO 께서는 그냥 택시기사가 아니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위대한 아버지였던 고OO으로 많은 분들께 한 번이라도 알려지기 위함입니다.

제가 계속 실의에 빠지고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을 아버지께서 원치 않으실 것입니다. 괜찮아지긴 힘들겠지만 저의 일상으로 돌아갈테지요. 아버지께서 사랑하셨던 저의 아들들을 위해 나 또한 우리 아버지 고OO 처럼 거대한 산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또한 자신의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여러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모두 아버지의 뜻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아들의 크고 작은 바람들이었습니다.

‘ 이 글을 읽으시는 저의 지인들께 두 가지의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혹시나 제가 그릇 된 행동을 하거나 저만의 이익을 위해 살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제가 지금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꼭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래야 나중에 아버지를 잘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고 이전 처럼 저를 대하여 주십시오. 이 글을 읽으신 이후 부터는 저의 눈치를 살피시느라 어려워 마시고 아버지께서 자랑스러워 하셨던 아들로 똑같이 대해 주십시오. 그래야 저도 일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댓글이나 상대 차주에 대한 비난 보다 훌륭하셨던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을 그냥 알아주셨으면. 오래 기억하시진 않더라도 저희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셨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A씨는 아버지 차량에 같이 탑승했다가 고인이 된 승객 가족에게 위로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버지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해 달라는” 아들의 글에는 많은 이들의 추모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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