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멸종됐던 여우...‘귀요미’가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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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멸종됐던 여우...‘귀요미’가 되살아난다

멸종된 한국 여우 복원사업,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서 7년째 진행중

입력 2019-04-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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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잡식성으로 설치류와 과일 등을 즐겨 먹으며 야산에 굴을 파고 생활한다. 마을 야산이나 무덤 주변에서 자주 목격 되는데 사람을 해치거나 무덤을 훼손해 먹이를 찾는 것이 아니다. 단지 경사가 완만하고 햇볕이 잘 들어 여우들이 굴을 파고 생활하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는 사람을 홀리는 섬뜩한 존재다. 여우하면 연상되는 이미지 역시 교활하고 약삭빠른 부정적인 모습이다. 여우 입장에서 보면 이런 설정은 무척 억울할 게다. 실제 여우와 마주하면 작고 귀여운 느낌이 먼저 든다.

종복원기술원에서 여우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초승달 모양의 눈매 때문에 여우가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웃고 있는 듯하다.

한국 토종인 붉은 여우는 과거 한반도 전역에 걸쳐 분포했다. ‘여우골’이라는 지명이 흔하고, 여우 관련 속담이나 민담이 많은 걸로 봐서 선조들의 삶에 여우는 쉽게 볼 수 있는 존재였던 듯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무분별한 남획과 1960년대 쥐잡기 운동으로 인한 먹이 부족과 2차 쥐약 중독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1981년 조사 때만 해도 전국 40여개 지역에서 관찰됐지만 89년 이후 흔적이 아예 끊겼다. 이후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발견된 여우 사체가 한반도의 마지막 야생 여우였다.




경북 영주 종복원기술원 생태관찰원에서 여우들이 생활하고 있다. 여우들은 야생에 방사되기 전 이곳에서 굴을 파는 법, 사냥하는 법 등을 익히는 적응 기간을 거친다.

멸종한 한국 여우에 대한 복원은 2012년부터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은 토종 여우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만주와 연해주에서 여우를 들여와 복원을 시작했다. 여우 생태에 적합한 소백산국립공원에 터를 잡고 증식과 야생적응훈련, 방사 등의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원 내 생태관찰원에는 현재 여우가 90여 마리 살고 있다. 야생으로 나가기 전 이곳에서 적응기를 거친다. 적응기를 거친 30여 마리는 소백산 자락에 방사되어 야생의 삶을 살고 있다.

경북 영주 소백산 자락에서 종복원기술원 연구원들이 위치추적 장치를 이용해 방사된 여우의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여우에서 채취한 샘플로 배란기 검사를 하고 있다. 주로 2~3월에 1년에 한번 짝짓기를 한다.

경북 영주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연구원이 CCTV를 통해 여우 생태를 관찰하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에서 연구원들이 여우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복원사업 초기에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여우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더 겪었다. 다른 동물도 많은데 왜 하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여우냐며 따지는 사람도 많았다. 여우는 다 자라면 60~80cm, 무게는 5~8kg정도이다. 늑대와 달리 체구가 작고 조심성이 많아 민가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여우들이 사람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 길에서 차에 치이거나 올무 등 덫에 걸려 죽는 경우가 많다.




조성래 종복원기술원 센터장은 “여우는 잡식성으로 산림생태계에서 소형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며 “여우를 복원하는 것은 비단 여우 한 종류만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생태계 연결 고리를 튼튼하게 해주고, 야생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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