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속초 가는 소방관 태운 택시 기사의 행동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속초 가는 소방관 태운 택시 기사의 행동

입력 2019-04-10 11:23 수정 2019-04-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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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영랑호 인근 마을에서 진화 작업 중인 소방관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뉴시스


이번 강원 산불이 빨리 잡힐 수 있었던 데는 전국의 소방차 출동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피해 복구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더 높지만, 어려운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나서 도와주는 힘들이 계속 모이고 있기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오늘 아살세 코너를 통해 소개할 택시 기사의 사연도 작지만 소중한 선행 중 하나입니다.

충북 청주에서 택시를 운행한다는 한 네티즌은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최근 손님으로 만난 소방관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강원 산불 진압에 투입된 한 소방관이 긴급 문자를 받고 근무지로 이동하기 위해 자신의 택시에 올라탔다는데요. 그 소방관이 차에서 부모님과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갑작스럽게 출동하게 됐다고 말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젊어 보이는 소방관을 보고 택시 기사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라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댔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택시기사는 소방관에게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요금을 안 받는 것, 고작 그것밖에 없다. 택시비는 됐고 무사히 다녀오라”고 말했습니다. 소방관은 그럴 수 없다며 요금을 계속 내려고 했고요. 택시 기사는 “ ‘남자가 한 입 가지고 두말하는 거 아니다’ ‘다치지 말고 무사히 다녀오라’ 고 말하고 소방관을 그냥 보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내리면서 감사하다며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소방관 모습을 보고 택시 기사는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고 말해야 했다”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자신이 손님으로 태운 소방관을 ‘젊은 영웅’이라고 부른 택시 기사는 고마운 마음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한 번 더 전하며 지금 어딘가에서 화마와 싸우는 대한민국의 모든 소방관에게 “당신들은 언제나 우리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이 글에 많은 이들이 댓글을 달며 칭찬했습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지만, 택시 기사의 입장에서 수입을 포기한 헌신이기도 했으니까요. “영웅을 알아보는 님, 또한 영웅이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들리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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