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윗집 아이…두려웠지만 CPR 내가 해야겠다 생각”

국민일보

“쓰러진 윗집 아이…두려웠지만 CPR 내가 해야겠다 생각”

소방관 꿈꾸는 고교생·간호학과 누나, 쓰러진 4살 아이 살려

입력 2019-04-11 00:15
심폐소생술로 네 살 배기 아이의 생명을 구한 황간고 박지산 군과 대학생 누나 박지수 씨. 뉴시스 (제공=충북도교육청)

소방관을 꿈꾸는 고등학생과 간호학을 전공하는 스무살 누나가 함께 어린 생명을 구했다.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황간고등학교 2학년 박지산(17)군과 그의 누나 박지수(순천향대 간호학과·20)씨가 그 주인공.

남매는 지난 7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중 네 살배기 남자아이가 교회 주차장 바닥에 머리를 쿵 박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 아버지가 “정신 차리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아이 입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아이의 숨이 멎은 것이었다.

남매는 곧장 아이에게 달려갔다. 박군이 심폐소생술(CPR)을 위해 아이를 바른 자세로 뉘인 후 기도를 개방하는 사이, 누나 박씨는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서른” 누나의 구령이 이어졌고 박군은 인공호흡을 시행했다. 심폐소생술 4세트를 정신없이 반복하고 나서야 아이의 호흡이 돌아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남매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덕에 멈췄던 아이의 숨결이 되돌아온 셈. 회복 자세까지 취해주고 나니 119 구급차가 도착했다. 아이는 이상 징후 없이 건강을 되찾았다.

국민일보는 10일 침착하게 아이를 구한 박지산군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군은 이미 소방관의 꿈에 훌쩍 다가가 있었다.


심폐소생술로 네 살 배기 아이의 생명을 구한 황간고 박지산 군(오른쪽)과 대학생 누나 박지수 씨. 박지산 군 제공

Q. 소방관을 꿈꾸게 된 이유는
“어릴 때 교회에 불이 난 적이 있었어요. 소방관님들이 진화하러 오셨죠. 그 모습이 참 멋있고 감사한 거예요. 그렇게 처음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고등학교에 와서는 소방동아리에 가입도 했어요.”

Q. 소방동아리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방관 직업체험이나 소방 관련 봉사활동을 해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조원들과 나누기도 하고요. 심폐소생술 연습도 합니다.”

Q. RCY(청소년적십자) 활동도 했다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누나를 따라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심폐소생술 연습을 RCY에서도 했죠. 지난해 영동군 응급처치법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냥 열심히 한 덕인 것 같아요.”

Q. 누나 박지수씨는 간호학과 재학생인데
“누나도 저처럼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최근 누나랑 선교 겸 봉사하러 필리핀에 갔었는데, 방문한 마을 이장님의 다리가 괴사하고 있었어요. 교회 보건소에서 일하시는 일행 분이 치료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남매가 영감을 받기도 했죠.”

Q. 연습만 하다가 실전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려니 두려웠을 것도 같은데
“두려웠지만 ‘내가 해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달려가서 (심폐소생술을) 했던 것 같아요.”

Q. 최근 강원지역에 역대 최대 규모 산불이 났었는데
“전국의 소방관 분들이 너무 수고해주셔서 감사한 생각만 들어요. 정부에서도 신속하게 대처를 잘 해주신 것 같아요. 소방관이 하루빨리 국가직으로 전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쓰러진 아이의 가족이 윗집 이웃이에요. 이 일이 있은 후 엘리베이터에서 아이 할머니를 뵈었는데 고맙다고 인사해주셔서 뿌듯했어요. 나중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먼저 나서서 도울 거고, 소방관이 되는 게 꿈인 만큼 대학교 입시도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쪽으로 준비할 계획입니다. 또 소방관의 각오인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제일 먼저 들어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을 신념으로 삼았어요. 책에서 처음 봤고, 소방관 분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도 자주 접한 말이랍니다.”

백승연 인턴기자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