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밀실’ 조성, ‘탐정’인 척…이희진 부모 살해 사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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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밀실’ 조성, ‘탐정’인 척…이희진 부모 살해 사건 미스터리

입력 2019-04-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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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씨 부모 피살사건’ 피의자 김다운씨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양 동안경찰서 밖으로 나와 검찰로 호송되고 있다. 안양=최현규 기자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 중인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 부모 살해 사건을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13일 추적했다. 피의자 김다운(34)씨는 이희진 아버지인 이씨 시신을 유기한 창고에 ‘밀실’을 만들어두는 등 추가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잔혹했던 살해 수법

김씨는 2월 25일 공범 3명과 함께 경기도 안양 소재의 이씨 부부 자택에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수법은 잔혹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둔중한 물체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일부 머리뼈가 골절될 정도였다. 코, 입, 목을 압박하고, 손 등을 테이프로 묶었던 흔적도 이씨 시신에서 발견됐다.

부인 황모씨 시신에도 범행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황씨 역시 얼굴과 목을 강하게 압박당했고, 허벅지 등 신체 일부에는 무언가에 베인 상처도 있었다. 전문가는 살해 목적이 아닌, 피해자에게 강한 고통을 주기 위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투자 명목으로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아 강도행각을 계획했다면서도 살해는 공범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택에 침입한 뒤 이씨 부부의 저항이 심하자 공범 3명이 둔기를 휘두르는 등 돌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약 1년간 이씨 부부 주위를 맴돌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해 5~8월 세 차례에 걸쳐 이씨가 귀가하는 장면을 몰래 찍었고, 지난해 4월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총 네 차례 이씨 부부의 위치를 확인했다. 범행 당일에도 이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피해자들의 동선을 살폈다.

표백제와 범행 도구도 김씨가 직접 구입했다. 시신을 유기할 평택의 창고는 미리 자신의 이름으로 임대해뒀다. 이씨 부부가 귀가하기 15분 전 공범들과 함께 범행 장소에 도착하고, 경찰 신분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공범들은 인터넷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통해 모집했다.

탐정 사칭까지…김다운 정체는?

김씨는 2009년부터 8년간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는 자신이 요트 임대사업을 했던 자산가였다고 주장했지만 주변인 진술은 달랐다. 주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재산도 없었다고 한다. 김씨 주장과 달리 그가 이씨에게 돈을 빌려준 증거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김씨와 피해자들 사이에는 교차점이 없었다.

범죄 전문가와 담당 형사 등은 김씨가 금전적인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인터넷으로 ‘고액 체납자’를 검색하던 해에 이희진이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언론에 빈번히 노출됐다는 것이다. 결국 김씨가 이희진에게 은닉자금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범행을 계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김씨는 이희진을 자세히 조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을 일본에서 활동하는 개인 탐정이라고 소개한 뒤 ‘이희진 투자사기 피해자 모임’ 대표를 만났다. 다만 대표는 김씨 말에 이상한 점이 많아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평택 창고에 밀실…추가 범행 계획했나

김씨는 이씨 부부를 살해한 뒤 황씨는 이들의 자택 장롱에, 이씨는 평택 창고에 유기했다.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씨 시신이 담긴 냉장고를 창고까지 옮겼다고 한다. 김씨는 황씨 시신 역시 김치냉장고에 담아 옮길 예정이었으나 “도저히 엄두가 안나 실행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씨 시신이 유기된 평택의 한 창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창고 한쪽에는 좁은 밀실이 조성돼 있었다. 김씨는 요트 사업용 사무실로 쓰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추가 범행을 위한 장소였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검거되기 나흘 전인 지난달 13일 국내 한 경호업체에 전화를 걸어 “악질을 상대하는데 입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업체 측은 김씨가 수상해 의뢰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이씨 부부의 둘째 아들인 이희문에게 홀로 접근했다. 그는 숨진 황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희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식의 메시지를 황씨인 척하며 이희문에게 보냈다고 한다. 결국 만남이 성사돼 김씨는 약속장소에 나갔다. 그러나 이희문이 지인과 함께 나와 대화만 나눈 뒤 헤어졌다.

김씨가 황씨 행세를 했던 탓에 시신은 범행 약 3주 뒤인 지난달 16일에야 발견됐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한 뒤 다음 날 김씨를 검거했다. 중국 동포인 공범 3명은 이미 칭다오로 출국한 뒤였다. 현재 공범들에게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고, 김씨는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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