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하는데 해경서 상황보고 하라더라…‘잠이나 자라’ 화냈다”

국민일보

“구조하는데 해경서 상황보고 하라더라…‘잠이나 자라’ 화냈다”

‘침몰’ 통발어선 구조한 선장 배기환씨 인터뷰…“해경, 우리보다 40분 늦게 도착”

입력 2019-04-15 00:10 수정 2019-04-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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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북 포항 호미곶 동쪽 44㎞ 해상에서 9.8t 통발어선 한 척이 침수됐다. 사고가 난 때는 칠흑처럼 어두운 밤 11시 무렵 . 게다가 해경은 사고 지점에서 30분 이상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기상 여건도 좋지 않았다. 바다에는 초속 7.9m의 강풍이 불고 있었고, 파고는 최대 2m까지 치솟았다. 악조건 속에서도 선원 7명은 신속히 모두 구조돼 무사히 귀가했다.

한밤중 성공적으로 선원들을 구한 주인공은 또 다른 통발어선이었다. 인근 해역에서 조업 후 귀항하던 39t급 통발어선은 해경보다 무려 40분이나 일찍 도착해 7명의 생명을 구했다. (관련 기사: 포항 앞바다 통발어선 침수…선원 7명 전원 구조)

국민일보는 승선원 전원을 구조한 39t급 통발어선 ‘보원호’의 선장인 3급 항해사 배기환(60·사진)씨와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지난 13일 '보원호'에서 촬영한 사고 선박의 모습. 도착했을 때는 70~80% 이상 침몰한 상태였다. 배기환씨 제공


-구조는 어떻게 이뤄졌나
“밤 11시에서 12시 사이 귀항 중에 구룡포 해경 파출소에서 전화로 구조 요청을 받았습니다. 배를 돌려 해경보다 40분 정도 빨리 구조현장에 도착해 선원 7명 전원을 구조했습니다.”

- 구조에 어려움은 없었나
“사고 선박에 우리 배를 대면 떨어지고 대면 떨어지고 그러기를 반복하느라 구조에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파도가 높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의사소통도 힘들었다. 그 와중에 해경에서 실시간 상황보고를 요청했는데 조타실에 혼자 있었기 때문에 상황보고가 어려웠다. 급박한 상황에서 (해경이) 오지는 않고 실시간으로 상황보고를 해달라고 해서, 나중에 해경에 ‘가서 잠이나 자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나중에 해경 측에서 구조한 사람들을 해경 선박에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밤이라 시야 확보가 어려워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직접 구룡포항까지 운항하여 선원들을 직접 이동시켰다.”

2018년 6월 동해해경청의 전복 어선사고 대응훈련 모습

-당시 사고 선박은 어느 정도 침몰한 상황이었나
“우리가 도착했을 때 사고 선박은 70%~80% 침몰한 상황이었다. 당시 선장을 제외한 선원 6명은 전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선원들을 먼저 다 보내고 사고 선박의 선장이 마지막으로 구조됐다. 선원들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해경은 왜 40분 늦게 왔나
“선원들을 다 구조하고 나니까 (해경이) 오긴 왔다. 해경이 사고현장까지 오는데 30분 이상 걸리니까 그래서 오래 걸렸던 것 같다.”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어선끼리 구조 활동을 자주 하나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다른 배들과 협동하여 사람들을 구조한 적이 있다. 바다에서는 어선끼리 구조하는 일이 많이 있다. 해상에 있는 모든 선원은 다 우리 가족이다. 바다에서는 서로 언제든 도와줄 생각을 다들 갖고 있다. 나도 언제라도 그런 상황이 오면 또 도와줄 생각이다.”

-세월호 5주기다. 바다에서 일하고 구조현장도 경험해본 뱃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세월호 침몰 5주기를 앞둔 상황에서 선원들을 먼저 생각하고 책임감 있는 선장이 옆에 있었다면 열 목숨 백 목숨 구했을 텐데 안타깝다. 책임감 있는 선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모두 구하지 않았을까.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진짜 안타깝다.”

김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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