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냄새 광고, ‘체취 페티시’ 유머러스하게 해석” 독일 기업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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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냄새 광고, ‘체취 페티시’ 유머러스하게 해석” 독일 기업의 궤변

입력 2019-04-15 11:19 수정 2019-04-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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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에 대한 성·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광고로 논란 중인 독일 기업이 궤변에 가까운 해명으로 일관하며 광고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정원 관리용품 등을 판매하는 독일 업체 ‘호른바흐(Hornbach)’가 지난달 15일 유튜브 등에 게재한 광고 ‘이게 봄내음이지’는 아시아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백인 남성의 땀냄새 가득한 속옷을 아시아 여성이 자판기에서 구매한 뒤 성적 흥분을 느끼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후 트위터에는 ‘#Ich_wurde_geHORNBACHt(나는 호른바흐 당했다)’라는 해시태그로 광고 삭제와 호른바흐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운동이 확산됐다. 하지만 광고 한 달이 지나도록 호른바흐 측은 “광고는 도시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며 아시아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호른바흐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자사 홈페이지에 이번 광고 논란을 다룬 Q&A를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호른바흐 측은 광고에 대해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터부시되는 ‘체취 성애’를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 여성 비하 논란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남성이 소비자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여성이 소비자로 등장하는 것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것”이라는 설명을 달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호른바흐가 게재한 18개 Q&A 해명

①광고 주제는 무엇인가
=방송 중인 광고 ‘이게 봄내음이지’는 봄에 대한 갈망을 주제로 한다. 어떤 사람에게 봄내음이란 봄꽃의 달콤한 향기일 수도 있으며, 또다른 사람에게는 막 깎은 잔디의 톡특한 향일 수도 있다. DIY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많은 노동을 포함한 요소가 더해진 것이다.
=호른바흐 스타일로 표현된 광고는 전 세계적인 도시화와 녹지 감소를 담고 있다.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터부시되는 체취 성애('체취 페티시’)를 활용해 일반적인 성별 클리셰(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를 뒤집는다.

②광고 타깃은 누구인가
=당사의 모든 광고와 마찬가지로 모든 DIY를 즐기는 사람들이 타깃이다.

③어느 국가에서 해당 광고가 송출됐나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에서 송출됐다.

④이 광고에 어떤 반응이 있나
=세계 각지에서 다수의 긍정적 반응이 있었다. 3월 15일 공개된 후 첫 열흘간 거의 예외없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수천개의 코멘트를 받았다. 광고에 반대하는 성명과 청원이 진행되면서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점점 더 많은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⑤호른바흐 측은 비판에 어떻게 대응했나
=당사는 3월 28일 광고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소를 진행하는 분들을 위해 호른바흐 책임자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공청회를 진행했다.

⑥공청회 초대가 이처럼 단시일 내에 실시된 이유는 뭔가
=당사는 빠른 대응을 원했고, 대화를 지연시키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공청회를 빠른 시일 내로 계획했다. 호른바흐는 모든 사람들이 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행 경비를 지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⑦얼마나 많은 참가자가 있었나
=15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그중 3명이 4월 1일 참석했다. 고소를 진행한 이는 참석하지 않았다.

⑧공청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나
=대화는 매우 유익했다. 참가자들이 묘사한 경험은 당사에 깊은 인상을 줬고, 기업 내부적으로나 고객과 의사소통에 있어서 역시 인종차별이란 주제를 더욱 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결론적으로 당사는 다양성과 개방적인 협력을 지지한다.
=참가자들은 광고가 아시아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당사가 해당 광고를 더 이상 송출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기대를 전했다. 당사는 이에 본래 의도와 입장을 해명했다.

⑨공청회는 단순히 홍보를 위한 조치인가
=아니다. 우리에겐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직접적인 교류가 매우 중요했다. 우리는 공청회를 연출하거나 영상 기록물을 남기는 걸 의식적으로 피했다.

⑩광고가 중단되지 않은 이유는
=공청회 이후 당사는 모든 선택지를 점검한 끝에 광고를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캠페인을 통해 호른바흐가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한다는 걸 명확히 하고자 한다.

⑪광고가 아시아/일본 도시에서 촬영됐나
=광고는 아시아에서 촬영되지 않았다. 여기 나오는 도시는 가상의 도시이며, 많은 부분이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됐다. 우리가 상상해낸 세계의 많은 대도시에 대한 상징이다. 도시화와 녹지 감소는 전 세계적 문제다. 그러나 자판기 문화가 일본과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일본으로 간주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또 광고 일부 장면에서 일본어 문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⑫광고에 아시아 여성이 등장하는 이유는
=당연히 광고 마지막에는 모든 남성 또는 여성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온라인에 공개한 다른 엔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광고는 이야기가 유머러스하며 빠르게 이해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짧은 광고 영상 길이를 고려할 때 이는 당연히 중요한 요소다). 일본의 자판기 문화와 성 역할의 반전에 따라 메인 광고 고객을 아시아 여성으로 결정했다.

⑬왜 일하는 여성은 보여주지 않고 남성만 보여주나
=기본적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를 설정한다. 남성과 여성 간 차이를 연출하지 않으며, 이는 과거 캠페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광고에서 우리는 많은 광고 캠페인에 나온 역할의 클리셰를 뒤집었다. 옷을 벗은 건 젊은 여성이 아니라 50세 이상의 남성이다. 이는 광고의 유머 중 일부다.

⑭광고가 성 역할을 얼마나 뒤집었나
=전형적인 역할에 대한 클리셰를 의도적으로 뒤집었다. 광고에는 옷을 벗은 여자가 아닌 남자가 등장한다. 여성은 자신감이 있고 자율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⑮아시아인에게 상처를 주는 도발적 광고를 의도했나
=아니다. 우리는 절대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려 의도하지 않았다. 유럽 및 동아시아의 아시아 커뮤니티에 광고가 차별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을 준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아시아 문화를 존중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⑯호른바흐는 송출 전에 해당 광고를 아시아 출신 사람들에게 보여줬나
=광고는 사전에 다양한 그룹에게 상영됐고 그중에는 유럽에 살고 있는 다양한 아시아인이 있었다. 우리는 해당 광고를 동아시아 국가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⑰여성이 남성이 입었던 옷 냄새를 맡는 이유는 뭔가
=광고를 위해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고 금기시되는 터부를 의도적으로 연출한 거다. 전 세계에는 착용했던 옷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고, 소비자는 주로 남성이다. 우리는 이런 이미지를 뒤집었다.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완전히 그 반대다. 여성이 능동적인 소비자로 나온다.

⑱봄내음이 왜 땀냄새인가
=봄은 다양한 냄새가 난다. 누군가에게 봄은 꽃이나 막 깎은 잔디 향일 수 있다. 우리에게 봄내음이란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많은 노동이 포함된 것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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