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열정페이 강조했다가 뭇매 맞고 “996 강요하는 회사는 어리석고 성공못해”

국민일보

마윈, 열정페이 강조했다가 뭇매 맞고 “996 강요하는 회사는 어리석고 성공못해”

‘젊어서 996 안하면 언제해보나’ 웨이보 글에 ‘자본가의 이빨 드러냈다’ 비난 쏟아져 다시 해명 글

입력 2019-04-15 17:36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중국 IT업계의 고질적인 초과근로를 지칭하는 ‘996 근무’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역풍을 맞고 해명하는 글을 다시 올려 진화에 나섰다. 중국에선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하다 중환자실(ICU)에 실려간다’는 의미의 ‘996ICU’ 용어까지 등장하는 등 IT업계의 살인적인 업무강도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마윈의 글로 삶과 일의 균형을 찾자는 중국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논쟁이 불붙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까지 가세해 여론전환에 나섰다.

마 회장은 14일 자신의 웨이보(微博) 계정에 올린 글에서 며칠 전 996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가 욕설과 ‘자본가의 이빨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직원에게 996 방식으로 일하게 해 이익을 얻으려는 회사는 어리석고 성공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비인도적이고 건강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장기간 이렇게 한다면 아무리 임금을 많이 줘도 직원들이 모두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 회장은 그러나 “세상에는 분명히 996, 심지어 007(자정에 출근, 자정에 퇴근,주 7일 근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기업가는 물론 대부분 성공한 예술가나 과학자, 운동선수, 정치가는 기본적으로 996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일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고 보통사람들은 해내지 못한 성공을 거뒀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면 996에 그치겠나”라며 “996, 997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 나라는 과거 40년간 눈부신 성취를 이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 회장은 지난 11일 알리바바 내부 행사에서 996 근로 행태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12일 ‘996변호가 아니라 분투자에 대한 경의 표시’라는 글을 웨이보 계정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당시 글에서 “996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많다. 996을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며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해보겠느냐. 996 문화가 오늘날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중국 기술기업들을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또 “알리바바 직원은 하루 12시간을 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하루에 8시간만 편히 일하려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자본가의 이빨을 드러냈다”고 비난하며 마 회장에게 욕설에 가까운 표현들을 쏟아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의 창업자 류창둥 회장도 같은날 위챗 계정에 “게으른 직원들은 내 형제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996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 몇 년동안 징둥은 아무도 해고하지 않아 직원 수가 빠르게 늘어 게으름뱅이들이 많아졌다”며 정리해고 당위성을 역설했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한 프로그래머가 코드 공유 플랫폼인 ‘GitHub’에 ‘996.ICU’라는 페이지를 개설해 큰 호응을 얻으며 996 근무 문화와 워라밸 논쟁을 촉발시켰다.

논란이 확산되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까지 나서 ‘996 근무’ 강요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인민일보는 14일 논평에서 ‘분투(奮鬪) 지향과 996 근무 강요는 다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마윈과 류창둥의 언급으로 ‘996근무’가 중국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고 지적하며 “회사는 996 근무를 반대하는 직원들에게 ‘게으름뱅이(混日子)’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으로 존폐기로에 선 많은 기업들이 조급한 마음에 직원들에게 추가 근무, 996근무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약 1만 달러가 되면서 국민들은 목숨을 건 돈벌이보다는 여가생활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996 강요보다 탄력근무제는 직원들의 더 많은 열정과 더 많은 인적자원 잠재력을 키울수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