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웅들께!” 소방관 울린 몰래 닭갈비 사건

국민일보

“대한민국 영웅들께!” 소방관 울린 몰래 닭갈비 사건

네티즌 “업체 찾아내 폭풍 주문으로 혼쭐내자” 추적… 업체는 “칭찬 받을 일 아닌데요 ㅠ”

입력 2019-04-17 00:03
강원도 산불진화에 나섰던 전남 해남의 소방관들에게 몰래 배달된 춘천닭갈비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듣고 며칠 간 ‘폭풍 주문으로 닭갈비 사장님을 반드시 혼쭐 내주겠다’며 업체를 추적해온 네티즌들이 결국 업체를 찾아냈고 실제로 쉴 새 없이 닭갈비 주문을 넣고 있습니다.

소방의 시시비비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닭갈비 업체 사장님은 “제가 대체 뭔 칭찬받을 일을 했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하는 일 아닙니까. 부끄러우니 기사는 쓰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요청했습니다. 국민일보는 그 러나 그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몰래 배달된 닭갈비가 인터넷을 뜨끈뜨끈하게 데운 기적같은 사건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사건은 지난 9일 소방공무원들의 권익보호와 처우개선을 위해 개설된 페이스북 페이지 ‘소방의 시시비비’에서 알려지기 시작됐습니다.

소방의 시시비비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소방의 시시비비는 “땅끝 해남소방서에 수원왕갈비통닭 보다 맛있는 춘천 닭갈비와 손편지가 배달됐다”면서 “코끝이 찡. 이런 분들이 계셔서 우리 소방관들은 힘이 난다. 해남소방서를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닭갈비와 또박또박 적은 손편지가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강원도 산불진화에 애써준 소방관들에게 감사해하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대한민국 영웅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춘천에 사는 시민입니다.

지난 주말 동해안 산불진화에 애써주신 노고에 시민의 한사람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국에서 출동해 주신 모든 소방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특히 천리길 가장 먼 곳에서 밤새 달려와 주신 해남 소방서 소방관들께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드립니다.

뉴스를 통해 목숨 걸고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걱정과 함께 진함 감동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특별히 감사를 전할 게 없어 제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생산하는 닭갈비를 조금 보냅니다. 약소하고 보잘 것 없지만 식사시간에 반찬으로 드셔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별 볼 일 없는 거라 송구합니다.

국민들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소방직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염원하겠습니다.

춘천에서 OOO 드림.

닭갈비와 손편지에 감동한 건 소방관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소방의 시시비비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네티즌들은 이 업체를 찾아내야 한다며 발 벗고 나섰습니다. 닭갈비 업체가 상호를 드러내지 않고 닭갈비를 보냈으니 쉽게 업체를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꾀를 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이 업체를 찾아내 혼쭐내자. 닭갈비 업체를 엄청 바쁘게 만들어 주자’는 재미있는 표현을 담은 글을 퍼날랐습니다. 인터넷 곳곳을 샅샅이 뒤진 끝에 결국 업체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업체에 닭갈비를 폭풍 주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 이번 회식은 닭갈빕니다. 12인분 주문 넣고 왔습니다. 사장님이 얼떨떨해 하시네요. ^^’

이런 인증글이 이어졌습니다.

소방의 시시비비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인터넷에 공개된 업체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습니다.

닭갈비 사장님은 1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이구~ 이게 뭐라고 전화하십니까. 제가 말할 게 없습니다”면서 인터뷰를 고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 이 정도 노력하지 않습니까. 부끄러운 일입니다. 기사화할 내용도 아닙니다”라고도 했습니다.

기사화하지 말라고 하시니 기사로 업체명은 밝힐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 발품 좀 들이면 쉽게 몰래 닭갈비 보낸 업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여건이 되시면 이 곳 좀 혼쭐내 주십시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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