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무죄’ 억울함에 함께 숨진 30대 부부, 마침내 ‘유죄’

국민일보

‘강간 무죄’ 억울함에 함께 숨진 30대 부부, 마침내 ‘유죄’

입력 2019-04-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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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 결여를 이유로 1심과 2심 재판부의 강간 무죄 판결을 파기 환송한 사건에서 가해자 박모(39)씨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1심과 2심에서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으나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 결여를 이유로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해 다시 열린 2심에서 강간 혐의도 유죄로 인정돼 형량이 늘었다.

박씨는 2017년 4월 충남 계룡시 한 모텔에서 피해 여성 A씨를 협박하며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남편과 아이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폭력조직 후배들을 폭행한 혐의 등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박씨의 폭행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징역 1년 6개월, 2심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협박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은 피해자다움을 이유로 박씨의 강간이 아닌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당시 모텔 주차장 CCTV를 근거로 A씨의 모습이 강간 피해자라기엔 지나치게 자연스러워 강간 당한 직후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도 피해자의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해져 간음에 이른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강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해당 진술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은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 성정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박씨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모순되거나 경험칙상 납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다시 판단해 박씨의 강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명령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앞서 2심 공판이 시작된 지 3일 뒤인 지난해 3월 전북 무주의 한 캠핑장에서 A씨 부부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숨진 상태였고 남편은 중태였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전소된 번개탄이 발견됐고 저항이나 외부흔, 방어흔이 없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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