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찌르는지 우짜는지 엉망 됐다” 진주 아파트 긴박한 119신고

국민일보

“마마 찌르는지 우짜는지 엉망 됐다” 진주 아파트 긴박한 119신고

입력 2019-04-18 06:06 수정 2019-04-18 08:20

경남 진주 주공 아파트에서 불을 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충격적인 사건의 119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주민들은 10분 동안 5차례에 걸쳐 119에 신고해 긴박한 상황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특히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겨 현장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중앙일보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17일 오후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사건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17일 오전 4시 29분 25초 첫 신고 후 약 10분 동안 5차례에 걸쳐 걸려온 신고에는 공포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첫 신고는 단순한 화재 신고였다. 119근무자는 신고자에게 정확한 주소와 위치를 확인했다. 신고자는 “가좌동 주공 3차 XX주공 3차 빨리 좀 오세요”라고 말했고 119근무자는 “몇 동이냐. 몇 층이냐”고 되물었다. 신고자는 “303동 4층”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신고는 6분 뒤인 4시 35분 40초에 걸려왔다. 이때는 사람이 다쳐 엉망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신고자가 “사람이 막 다쳐가지고 엉망이 됐다”고 말했고 119근무자는 “303동 맞냐”고 확인했다.

신고자가 “맞다”고 답하자 119근무자는 “2층으로 가면 되냐”고 다시 물었다. 신고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119근무자는 “이미 출동 중이다. 환자는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신고자는 “마마 찌르는지 우짜는지 엉망이 됐다”고 답했다. 119근무자는 “빨리 가고 있다. 경찰에서도 가고 있다”고 말했고 신고자는 “303동 중앙계단에 가봐라. 2층 계단에”라고 말했다.

이후 세 번째 신고는 119가 한 대도 안 온다는 항의 전화였다. 신고자는 “XX주공 3차 아파트에 불이 났는데 119가 왜 안 오냐”고 분통을 터뜨렸고 119근무자는 “지금 출동했다.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고자는 “한 대도 안 온다. 빨리 와 달라”고 말했다.

119근무자는 “연기가 나냐. 화염이 보이냐”고 물었다. 신고자는 “9층인데 연기가 너무 심해 자다 깼다”고 답했다. 119근무자는 “9층이냐. 알았다”고 답했고 신고자는 “지금 사람들 비명 지르고 돌아다니는데 119가 한 대도 안 온다”고 다시 불만을 토로했다.

4시 35분 36초에 걸려온 네 번째 신고에서 신고자는 “이상한 아저씨가 있는데 몇 명이 칼에 찔렸다”고 말했다. 119근무자는 “경찰하고 같이 가고 있다. 일단 대피부터 해라”고 답했다.

4시 39분 3초에 걸려온 다섯 번째 신고에선 비명이 이어졌다. 신고자가 “119 와주세요. 119 빨리. 303동 빨리요. 계단에 아저씨 제발요”라며 다급하게 요청했다. 119근무자는 “아파트 앞에 소방차 도착했다. 지금 몇 라인에 있냐”고 물었고 신고자는 “몇 라인이 아니고 303동이라고. 지금 애가 칼에... 어떻게 숨을 안 쉰다고요”라며 말했다.

119근무자는 “몇 층에 계시냐”고 물었고 신고자는 “2층, 3층 계단에 다 찔렸다.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119근무자는 다시 “몇 층에 계시냐”고 되물었고 신고자는 “303동 2층, 3층 계단”이라고 답했다. 119근무자가 다시 천천히 얘기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이 이후 전화는 끊겼다.

한편 17일 오전 4시 32분에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입주민이 자신의 집에 불을 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무차별로 휘둘러 5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입주민 8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사망자 중엔 12세 여자아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찰은 사건 용의자인 아파트 주민 안모(42)씨를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붙잡아 진주경찰로 이송했다. 경찰에 붙잡힐 당시 용의자 안씨는 임금 체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구금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상당히 흥분한 상태여서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존건물방화 및 살인 혐의를 받는 안씨에 대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