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남자는 쳐다만 봤는데…왜 ‘묻지마 살인’인가요”

국민일보

“덩치 큰 남자는 쳐다만 봤는데…왜 ‘묻지마 살인’인가요”

프로파일러 배상훈 “제압 쉬운 약자·여성 노렸을 가능성”

입력 2019-04-19 00:11
뉴시스

진주 살인사건 피의자가 상대적으로 제압하기 쉬운 대상을 골라 살인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불특정 대상에게 위해를 가하는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는 의미다.

안모(42)씨는 지난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비상계단에 대기하고 있다가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날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숨진 피해자는 노인이거나, 여성이거나, 어린이였다.

배상훈 전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묻지마 사건’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사건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목격자들은 “범인이 덩치가 큰 남성 주민은 쳐다만 봤다”고 진술했다.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약자들을 노렸고 덩치가 크거나 젊은 남성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아울러 범행에 앞서 여성 두 명이 거주하는 집에 오물을 뿌리고 초인종을 누르며 위협을 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묻지마 살인’이 아닌 의도적이고 선택적인 살인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묻지마 범죄는 무동기 범죄로도 불린다.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범죄 자체에 아무런 이유가 없고, 불특정 대상에게 행해지는 범죄다. 범죄학에서는 ‘사회에 대한 증오심으로 아무런 인과관계나 동기가 없이 막연한 적개심을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표출하는 범죄’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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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분석관은 “‘묻지마 범죄’라는 말은 필요 이상의 공포를 준다. 실제로 범죄자들은 분명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며 “막연한 공포를 주는 방식의 ‘묻지마’ 같은 표현을 함부로 쓰는 것은 지양해야된다. 이 사람의 분노나 동기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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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사건은 사회적 불만을 외부로 표출할 때 자신보다 힘이 약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해서 계획적으로 공격하는 형태다. 몸집이 큰 사람은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 볼 수 없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처음부터 성급하게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나 여성 대상 범죄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 이런 사건을 한 개인의 일탈에 의한 범죄로 국한하게 된다”며 “범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씨에게 심신미약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화 및 살인을 저지를 당시 안씨 스스로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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