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 박유천 제모·염색, 증거인멸죄 안되는 이유

국민일보

‘절묘한 타이밍’ 박유천 제모·염색, 증거인멸죄 안되는 이유

입력 2019-04-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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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나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박유천 씨가 지난 17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가 지난 17일 경찰 조사 전 제모와 염색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박씨에게 증거인멸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마디로 자기범죄에 대한 증거인멸죄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내 죄를 내가 감추기 위해 증거를 없애는 행위는 죄가 안된다는 뜻이다. 형법 제155조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자에 한해서만 죄가 적용된다.

박씨가 한 행동이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증거를 없애기 위한 행동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박진실 마약 전문 변호사는 18일 국민일보에 “마약검사를 앞두고 제모·염색을 했다면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증거인멸을 했다고 추정할 뿐이지 명백히 밝혀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개인적인 이유로 제모를 해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별다른 확증 없이 증거인멸을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박 변호사는 “다만 주기적으로 제모했다고 진술할 시 어디서 시술을 받았는지 등 내역이 담긴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수사기관에서 요청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고지윤 형사 전문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박씨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이를 피할 의도로 염색과 제모를 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면 경찰 출석 직전에 체모를 제거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염색을 하면 마약 성분 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비교적 짧은 체모의 경우 제모를 하면 검사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정황에 대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6일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자택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박 씨의 자택. 뉴시스

일각에선 박씨의 제모와 염색이 수사에 혼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수사방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 또한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는 아니라는 게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고 변호사는 “수사방해라는 범죄는 따로 없다”며 “박씨의 행동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게 가능한지 검토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도 법리상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박씨가 수사에 큰 혼선을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 변호사는 “박씨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한 게 아니라 소극적으로 증거 수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도로 평가되기 때문”이라며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극적 증거 조작의 예로 “다른 사람의 소변을 받아서 자신의 것인 양 제출해서 음성 반응을 얻어낸 경우”를 들었다.

또 “박씨가 진실만을 진술할 의무나 증거를 제출할 의무도 없다”고 고 변호사는 덧붙였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 집행 과정에서 행위자가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켜 잘못된 처분 등이 내려졌을 때 성립되는 범죄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씨는 유명 연예인 A가 마약 투약을 권유했다고 주장했고 일부에서 박유천을 A로 지목했다. 뉴시스

박씨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마약 복용도 권유도 한 적 없다”고 결백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법적 판단을 내릴 근거가 없다.

박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의견을 피력한 것일 뿐, 수사기관이 수사를 못한다거나 방해받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천식' 등의 이유로 4급 판정을 받고 서울 '강남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 2017년 8월 25일 소집해제된 그룹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가 구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박씨는 군복무 중 '성폭행 피소'에 무혐의 처분을 받고 결혼 발표를 한 바 있다. 뉴시스

박씨는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콘서트 등 일정을 소화할 때 제모를 한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박씨의 모발과 남아 있는 다리털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결과는 3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박씨의 검사 결과가 없더라도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마약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여자친구 황하나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씨와 함께 투약했다고 의심할 만한 내용의 동영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박씨가 마약상에게 돈을 입금하고 마약이 감춰져 있던 현장에 나타나는 등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이용한 정황이 담긴 CCTV 영상도 확보했다.

고 변호사는 “3주 후 음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마약 매수나 소지 혐의 등으로 수사할 수 있고,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황하나씨 진술만으로도 유죄 판결이 가능하다. 황씨 진술의 신빙성 인정 여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백승연 강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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