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다시 꺼내든 이유

국민일보

황교안 대표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다시 꺼내든 이유

“보수층을 한국당으로 끌어오려는 정치적 수사”

입력 2019-04-21 17:36 수정 2019-04-21 17:49

보수 진영의 반대 진영을 향한 안보 프레임 씌우기가 최근 강화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으로 만들어진 한반도 평화 기류 등으로 와해됐던 보수 지지층이 정부의 경제 실정,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를 고리로 결집하자 다시 과거의 ‘안보 색깔론’을 꺼내 들며 본격적인 ‘집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규모 장외집회 열고 2만여명(한국당 추산) 군중과 함께 ‘문재인 아웃’을 외쳤다.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첫 장외투쟁이다. 단상에 오른 황 대표는 “북한은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는데 우리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사방팔방 대북제재를 풀어달라고 돌아다니며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도대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어디다 팔고 구걸만 하고 다니는 것인가”라고 맹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람들은 문 정권을 북한과 적폐청산만 아는 ‘북적북적 정권’이라 부른다”며 “좌파정권의 무면허 운전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 애통함이 절절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문재인정부를 향해 ‘안보 방기’ 프레임을 씌운 것은 처음이 아니다. 황 대표는 지난달 14일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 토론회 축사를 통해 “문재인정부는 그간 북한의 비핵화 주장을 맹신하며 미국과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 국민에게도 북한의 보증인 노릇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지난 11일 당 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은 중재자가 아니라 사실상 북한의 변호인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달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외신을 인용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회의장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집단 퇴장하는 등 소동이 일었고, 이해찬 대표는 이튿날 ‘국가 원수 모독죄’로 나 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청와대 역시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을 넘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공세의 배경에는 붕괴됐던 보수 지지층의 재결집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 실패에 보수 지지층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과거의 안보 색깔론을 꺼내 들어 선명성을 부각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북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있다”며 “황 대표의 강경 발언은 재결집 조짐이 보이는 보수층을 한국당으로 더 세게 끌어오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황 대표나 나 원내대표나 본인들이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지점을 향해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수사는 앞으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국당의 ‘문 대통령=김정은 대변인’ 프레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당이 구시대적 색깔론을 펴며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공당 대표의 발언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리가 아닌, 민생의 전당인 국회에서 본분을 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 발언에 이어 황 대표의 발언에도 청와대가 직접 비판 입장을 내며 ‘청와대 대 한국당’ 대립 구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