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 코피 뿜어” 탐지견 ‘메이’는 왜 실험실에서 죽었나(인터뷰)

국민일보

“밥 먹다 코피 뿜어” 탐지견 ‘메이’는 왜 실험실에서 죽었나(인터뷰)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입력 2019-04-24 00:10
뼈가 드러나게 앙상해진 메이(왼쪽), 사료를 먹다 코피를 흘리는 메이. 비글구조네트워크

2012년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 연구팀의 체세포 복제로 탄생한 비글 ‘메이’가 지난 2월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사역견을 동물실험에 이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돼있지만, 메이의 경우 5년간 검역 탐지견 역할을 하고도 서울대 동물실험실로 보내졌다. 이후 학대에 가까운 실험을 견디다 숨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따라서 비글구조네트워크는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병천 교수는 메이를 연구 과제 쯤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현재 메이처럼 은퇴 후 동물실험실에 있는 페브와 천왕이를 하루빨리 구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메이는 2012년 10월 이 교수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에 성공하면서 탄생했다. 이 교수는 동물복제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메이는 이듬해인 2013년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이관된 뒤 공무견 신분으로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 활동을 했다. 5년 동안 국가를 위해 일한 뒤 지난해 은퇴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은퇴 후 메이의 소속은 지난해 3월 다시 서울대로 이관됐다. 유 대표는 “왜 메이가 은퇴를 하고도 다시 서울대로 적이 옮겨졌는지 모르겠다”며 “서울대 측이 자료 공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서울대 측에 연구계획서 등 관련 서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지금까지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건강하던 메이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메이 같은 국가 사역견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동물보호법 제 24조에는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하여 사역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메이는 다른 검역 탐지견 페브, 천왕이와 함께 서울대 동물실험실로 되돌아갔다. 유 대표는 “이 교수는 ‘스마트 탐지견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를 위해 일하고 은퇴한 탐지견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메이의 상태가 전해진 건 지난 1월이다. 서울대로 이관된 지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던 지난해 11월 21일, 서울대 측은 동물실험 윤리 검사 기간이라는 이유로 메이를 잠시 농림부에 맡겼다. 이후 메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제보가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들어왔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 상태와 시설을 1년에 한 번씩 점검하는데 해당 시기는 자체 점검이 있던 때였다. 메이의 상태가 발각되면 비윤리적 실험을 이유로 문제가 될 것이 자명해 내부 감사를 피해 숨기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당시 상태를 영상으로 봤는데 매우 심각했다.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야위었고 아사 직전으로 보였다”며 “특히 생식기가 유독 튀어나와 있었다. 잘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코피를 뿜기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당시 메이를 데려온 서울대 수의대 관계자가 ‘다시 돌아가면 안락사를 할 것’이라며 ‘페브와 천왕이도 비슷한 상태’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메이는 9일 만에 다시 서울대 동물실험실로 돌아갔다.

앙상한 메이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서울대 측이 메이를 대상으로 어떤 실험을 했는지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비글구조네트워크 측은 번식성과 생리학적 정상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한 것으로 보고있다. 번식성을 확인하기 위해 과도하게 정액 채취를 해 성기가 기형적으로 튀어나왔고, 밥을 먹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생리학적 정상성을 시험하기 위해 최대한 굶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 대표는 메이를 구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던 서울대 측은 메이가 지난 2월 자연사했다고 16일에야 통보해왔다. 이 교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급격한 체중 감소 증상이 나타났고, 부검을 통해서도 사인을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어디에도 사망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도 보고되지 않았다. 실험동물의 죽음은 연구자 책임이기 때문에 사인을 따로 보고받지는 않는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위원도 함께 맡고 있다. 현재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이 교수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페브와 천왕이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서울대 측에서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두 마리는 아직 살아있지만 메이의 상황을 봤을 때 우려되는 수준일 것으로 추측된다”며 “국민청원을 올린 이유도 이 두 마리를 구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앞서 16일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울대 수의대의 불법 동물실험을 즉시 중단시키고 실험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에는 살아 남아 있는 두 마리는 오랜 시간의 실험으로 인해 구조가 시급하므로 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저희 비글구조네트워크 실험동물 전용 보호소로 이관해줄 것을 청원한다”고 적혀있다.

유 대표는 “또 다른 메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물실험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보호법이 존재하고 있지만 모두 교육·연구기관은 예외로 본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동물의 건강, 질병관리연구 등에 대한 실험은 허용된다. 교육·연구기관의 동물실험은 사실상 동물보호의 사각지대인데, 이곳에서 이뤄지는 동물실험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방치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비글구조네트워크가 국민청원을 통해 호소한 내용 중 일부다.

“불법을 떠나 5년간이나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했던 국가 사역견들에게 수고했다고 새 가정은 찾아주지 못할 망정 어떻게 남은 여생을 평생 고통속에 살아가도록 동물실험실로 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장애인 보조견이나 국가 사역견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시스템을 정비해달라.”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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