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부색 반창고, 눈물 나네요” 사진 인터넷 강타

국민일보

“내 피부색 반창고, 눈물 나네요” 사진 인터넷 강타

입력 2019-04-24 00:05 수정 2019-04-24 09:03
한 흑인인권운동가의 반창고 사진이 전 세계 네티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피부색과 같은 색의 반창고를 붙이고야 일상에 숨겨진 인종차별을 깨닫게 됐다는 그의 고백은 나흘 만에 50만 명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도미니크 아폴론 트위터 캡처

이야기는 지난 19일 도미니크 아폴론(Dominique Apollon‧45)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트위터에 반창고를 붙인 손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에는 피부색과 비슷한 짙은 갈색의 반창고가 발라져 있었다. 별 것 아닌 듯해 보이지만 도미니크에게는 눈물이 날뻔한 사건이었다. 피부색과 같은 색의 반창고를 처음 붙이고 보니 평생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차별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종차별 기관의 부대표인 도미니크는 사진을 올리면서 “내 피부색과 같은 반창고를 붙인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45년이나 걸렸네요. 전 지금 눈물을 꾹 참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도미니크 아폴론 트위터 캡처

짧은 트윗이지만 반향이 컸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그의 글을 리트윗하며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도미니크의 트윗은 오른지 나흘만에 9만3000여회 리트윗됐고 51만여회 좋아요를 얻었다.

도미니크는 이어진 트윗에서 “같은 색의 반창고를 붙인 것만으로 소속감을 느낍니다. 소중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라면서 “내 어린 시절이나 흑인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슬픕니다. 어릴 때부터 1000번 이상 반복해 온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흑인 콤플렉스를 생기게 했습니다. 색이 있는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수도 없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라고 적었다.

도미니크의 트윗을 놓고 많은 네티즌들은 갖가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반창고와 살색으로 상처 받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흑인들이 있었다. 한 흑인 여성은 “어릴 때 엄마에게 반창고는 왜 살구색인지, ‘살색 크레용’은 왜 내 살색과 다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면서 “그것이 인종이라는 이슈에 대해 처음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흑인이 아닌 네티즌들은 크레용의 ‘살색(flesh color)’이 살구색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줘 감사하다고 적었다.

“반창고가 피부색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알게 돼 감사하네요.”

“이런 문제를 생각조차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우린 얼마나 무지한가요. 이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친 상처를 낫게 해주는 반창고가 오히려 어떤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군요.”

반창고 트윗을 인종차별 수업에 활용하겠다는 교사들도 많았다. 한 여교사는 “이 트윗과 글을 수업 교재로 활용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고 또 다른 여교사는 “제게 큰 영감을 줍니다. 아이들과 꼭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라고 썼다.

더애틀랜틱닷컴 캡처

반창고는 1920년 존슨앤존슨에서 개발됐다. 처음엔 연핑크색이었다. 55년 TV광고에서는 ‘깔끔하고 살색이에요. 거의 보이지도 않죠(Neat, flesh-colored, almost invisible)’라는 문구가 나왔다고 한다. 69년엔 유색인종을 위한 반창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90년대엔 실제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약국 판매대에선 시장논리와 대기업의 방해로 사라졌다.

도미니크는 “이런 사소한 일상에 숨어 있는 백인 우월주의가 사라지길 바란다”면서 “피부색 반창고가 직장이나 병원, 진료소 등에 비치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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