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괴사 길고양이에 돌팔매질, “싫으면 무시하세요”(인터뷰)

국민일보

다리 괴사 길고양이에 돌팔매질, “싫으면 무시하세요”(인터뷰)

잠실서 고양이 구조한 심지원씨 “입양자 기다립니다”

입력 2019-04-25 00:15 수정 2019-04-25 00:15
유튜브 채널 ‘이웃집 아재’에 게재된 고양이 구조 영상 캡처

지난 2월 26일 한 포털사이트 동물카페에 서울 송파구에서 학대 받고 있는 길고양이 구조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길고양이를 구조해야 할 것 같다”며 “사람들이 (길고양이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라는 글과 함께 다리를 웅크리고 있는 길고양이 한 마리의 사진이 올라왔다. 장소는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삼거리 인근이었다.

한 동물카페에 올라온 고양이 구조요청의 글

이후 해당 길고양이는 구조됐다. 포획 당시 송곳니 네 개가 부러져 있었고 한쪽 다리는 괴사해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유튜브 채널 ‘이웃집 아재’에 게재된 고양이 구조 영상

유튜브 채널 ‘이웃집 아재’에 게재된 고양이 구조 영상

길고양이를 구한 건 인근에 살고 있던 30대 남성 심지원씨였다. 심씨는 구조요청 게시글이 올라온 지 이틀 후인 28일 포획에 나섰다. 한 차례 구조 시도가 실패한 뒤 이튿날 새벽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심씨는 구조된 길고양이에게 ‘수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임시 보호하다가 현재는 지인에게 맡겨놓은 상태다. 그는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웃집 아재’에 수촌이 구조 및 치료과정을 영상으로 게재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길고양이 ‘수촌이’를 구조한 심지원씨와 지난 2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구조된 수촌이와 심지원씨. 심지원씨 제공


-고양이 카페 게시물에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돌을 던진다고 하던데 어떤 상황이었나

“길고양이인 데다 다리도 부러졌고 몰골이 더러우니까 사람들이 돌을 던졌던 것 같다”

-잠실에서 구조했다고 들었다. 정확한 위치가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삼거리 쪽에서 구조했다. 그래서 고양이 이름도 수촌이라고 지었다”

-구조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사는 동네가 그 근처여서 구조하러 가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이틀 뒤 인근을 걷다가 길에서 우연히 수촌이를 만나게 됐고 구조 결심을 했다. 구조단체의 도움을 받지는 않았고 개인적으로 잠복해서 새벽에 통 덫으로 수촌이를 포획했다. 통 덫은 동네 고양이 호텔에서 보증금 20만원을 주고 빌렸다”

-구조 당시 고양이 상태는

“엄청 지저분했고 다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다리를 절어서 부러진 줄 알았는데 부러지지는 않았고 피부가 썩어서 다리가 휜 상태였다”

유튜브 채널 ‘이웃집 아재’에 게재된 고양이 구조 영상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매일 두 번씩 3주에 걸쳐 슈가테라피를 받았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걱정했는데 병원 측에서 일주일 치료비용을 할인해줬다. 치료비가 100만원 넘게 들었는데 동물 전문매거진 ‘펫지’ 측에서 모금 활동을 진행해 주셔서 도움을 받았다”

슈가테라피란 외상, 교상, 욕창, 괴사성 염증, 화상 등에 의한 피부결손에 도움이 되는 동물 치료법이다. 헝겁이나 천 등에 설탕을 올려 상처 부위에 밀착시키는 요법이다.

-수촌이가 과거 주인이나 혹은 거리에서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은

“구조 후 병원검사 당시 담당 의사가 수촌이 상태를 봤을 때 학대가 의심된다고 했다. 당시 수촌이는 송곳니 4개가 부러져 있었고 한쪽 다리의 피부는 괴사한 상태였다”

-수촌이가 남성에 대한 경계가 특히 심하다고 들었는데

“맞다. 그 쪽(수촌이가 구조된 지역) 경비아저씨와 인근 상가의 남성 직원들이 엄청 못되게 굴었다는 얘기를 그 동네에서 수촌이를 돌봐주던 분으로부터 들었다”

구조 후 임시보호받고 있는 수촌이. 심지원씨 제공

-앞으로 수촌이는 누구 손에 맡겨지나

“지금 기르는 고양이가 3마리다. 함께 기르면 좋겠지만 현재 기르는 고양이도 있기 때문에 수촌이를 입양 보낼 곳을 알아보는 중이다. 그런데 수촌이가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상황이라 입양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지금은 가까운 지인이 맡아서 보호하고 있다. 현재 수촌이를 맡아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 당시, 수촌이가 죽었다는 글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는데

“구조 상황에 대해 제가 올린 사진과 글을 도용해서 수촌이가 죽었다며 허위사실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사람이 있었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를 통해 금전적인 부분을 바라고 그랬던 것 같다. 현재 그 게시물은 유튜브 측에 메일을 보내서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채널 ‘이웃집 아재’ 영상 캡처

-유튜브 채널 ‘이웃집 아재’에 고양이 구조 영상을 꾸준히 올리는데 평소 길고양이들에 관심이 많은 편인지

“1년 전 거래처에서 이사하면서 버린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데리고 올 당시 고양이가 임신한 상태였다. 출산 후 새끼를 7마리 입양 보내고 병으로 죽은 1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후에 고양이에 관심을 가졌고 5마리 고양이를 구조한 적도 있다. 당시 1마리는 병으로 죽고 나머지 4마리는 고양이 카페에 글을 올려 입양을 보낸 적이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심씨는 “사람들이 수촌이를 싫어해서 종종 학대했다고 들었다”며 “수촌이가 사람들이 던진 돌에 맞고 상처도 입었는데 고양이를 싫어하면 차라리 무시하고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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