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육체노동 정년 60세→65세로 봐야” 하급심 판결 잇따라 파기환송

국민일보

대법원 “육체노동 정년 60세→65세로 봐야” 하급심 판결 잇따라 파기환송

입력 2019-04-25 14:29 수정 2019-04-25 18:29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월 가동연한(육체노동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확대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실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실수입을 재산정하라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되돌려 보내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레미콘 기사 이모씨가 차량 정비업체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동연한을 60세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가동연한은 육체노동이 가능한 마지막 나이를 의미한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액을 산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다. 사고를 당해 장애를 얻거나 사망하지 않았다면 미래에 벌었을 수입인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쓰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1989년 확립된 판례에 따라 가동연한을 60세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21일 전원합의체는 30년간 유지해온 판례를 뒤집고 65세로 가동연한을 확대해 인정했다. 평균 수명이 30년 전보다 크게 늘었고, 경제 규모도 4배 이상 커졌으며 평균 실질 은퇴 연령이 70대에 육박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급심에서 이씨에게 인정된 손해배상액은 일실수입 3670만원과 위자료 1500만원 등 총 5195만여원이었다. 앞서 이씨는 2015년 11월 자신이 몰던 덤프트럭 정비를 A씨에게 맡겼다가 A씨 과실로 자동차 부품을 오른쪽 눈에 맞아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입어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이씨의 가동연한을 60세로 보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가동연한을 60세로 봤던 종전의 경험칙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이씨 가동연한을 60세가 될 때까지라고 단정한 판단엔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원합의체의 판례에 맞게 가동연한을 65세로 보고 재산정하라는 것이다.

또 대법원은 고(故) 배모씨 유족이 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리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배씨는 2014년 2월 부산 해운대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몰다 제한속도를 위반해 운전하던 B씨의 차량에 부딪쳐 사망했다. 유족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B씨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도 하급심은 가동연한을 60세로 보고 손해배상액 3억2438만여원을 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는 등 제반사정들이 현저히 변했기 때문에 가동연한 60세의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게 어렵게 됐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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