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와주세요” “내용을 알아야죠” 진주아파트 506호 신고 녹취록

국민일보

“빨리 와주세요” “내용을 알아야죠” 진주아파트 506호 신고 녹취록

입력 2019-04-26 00:10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2)씨가 19일 오후 치료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지난 18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안씨의 이름·나이·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방화·살해 사건이 벌어진 경남 진주 소재 아파트 주민들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주민들은 사상자가 21명이나 발생한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도 피의자 안인득의 행패로 인해 고통을 호소해왔다.

CBS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녹취록을 25일 공개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9월 26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총 8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사건 발생 열흘 전부터는 안인득의 이상 행동이 심각해져 지난달 3일부터 13일까지 5건이나 신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506호 주민의 신고 내용도 담겨있었다. 4층에 사는 안인득과 위층, 아래층 이웃 사이였던 강모씨는 이번 사고로 조카 최모양을 잃었다. 강씨도 중상을 입었다. 안인득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동안 유독 강씨와 최양을 괴롭혔다고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월 28일 오전 7시17분쯤 “아래층 남자가 찾아온다고 했다. 무섭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지금 좀 빨리 와달라. 지난번에 우리 집 앞에 오물을 뿌리고 가서 제가 신고한 적이 있는데, 방금 출근하는 제게 아래층 남자가 달걀을 던지고 폭언을 퍼부었다”며 “지금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상황 파악에 더 집중했다. 강씨가 이미 말한 내용을 여러 차례 되묻고, 확인했다. 강씨가 계속 “빨리 좀 와달라”고 하자 “경찰이 내용을 알고 가야 한다. 빨리 가는 거 좋은데 알고 가야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은 마지막 신고 때까지 반복됐다. 경찰은 보통 계도 조처만 하고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18일 유족과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잘못이 있는지 조사해 그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경찰은 안인득을 살인·살인미수·현주건조물방화·현주건조물방화치상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안인득이 한 달 전 흉기 2자루를 미리 준비한 점, 사건 3시간 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한 점으로 보아 계획 살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안인득이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한 뒤 증상이 악화하고, 피해망상에 누적된 분노감이 한꺼번에 표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안인득은 지난 17일 오전 4시25분쯤 자신의 주거지에 불을 지른 후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주민 5명이 사망하는 등 모두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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