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로 내달린 87세 운전자…’ 가족 잃은 가장의 호소

국민일보

‘시속 100㎞로 내달린 87세 운전자…’ 가족 잃은 가장의 호소

입력 2019-04-26 16:31 수정 2019-04-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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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JTBC 보도화면 캡처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분하고 분해서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단란한 가정을 이끌던 30대 가장 마쓰나가는 지난 19일(현지시각) 혼자가 됐다. 이날 아침 출근하는 그를 배웅해주던 사랑하는 아내 마나와 3살짜리 딸 리코는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다.


사고는 일본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보행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녀에게 시속 100㎞의 승용차가 돌진했다. 운전대를 잡은 건 87세의 고령 운전자 A씨였고, 그는 평소 지팡이를 짚어야 할 만큼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엑셀이 눌린 상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은 없었다. 이 사고는 사망한 마나와 리코 외에도 10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마쓰나가는 24일 아내와 딸의 영결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검은 상복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단 한 순간에 우리 가족의 미래를 빼앗겼다”면서 “분하고 억울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고 이 분노는 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아내와 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앞으로 살아가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물었다”며 “이번 사고로 떠난 아내와 딸, 그리고 나 같은 유족이 앞으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사적으로 살던 젊은 여성과 겨우 3년밖에 살지 못한 어린 생명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며 눈물을 쏟았다.

또 “자신의 운전 능력이 불안하다는 걸 알거나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차를 몰지 말아달라”며 “주변 분들도 그렇게 제안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국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고 조금이라도 희생자가 줄어드는 미래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마쓰나가는 사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아내와 딸은 정말 착한 사람들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것에 대해 속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눈물의 기자회견은 일본 사회를 들썩이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마쓰나가의 호소를 고령운전 등 위험 운전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례로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지난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75세 이상 운전자는 460명이다. 전체의 14.8%로 역대 최고치다. 또 사고 전 인지능력 검사를 받은 414명 중 204명이 ‘치매 또는 인지 능력 저하의 우려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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