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 요즘 엄빠들의 프듀, '미스트롯' 덕질하는 이야기(영상)

국민일보

[왱] 요즘 엄빠들의 프듀, '미스트롯' 덕질하는 이야기(영상)

입력 2019-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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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아빠가 어딘가 달라졌다. 자꾸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눈물이 많아졌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아이돌 덕질 N년차인 나는 아빠의 증상을 한 눈에 알아봤다. 아빠는…. 덕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나 50대인데 내 동년배들 다 덕.질.한.다.>

지난 2월 시작된 문제의 프로그램 ‘미스트롯.’ 100명의 트로트 가수들이 참가해서 ‘트롯걸’을 뽑는다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사진: TV조선

채채퐁(가명, 직장인) “저희 아버지가 원래도 음악 프로를 엄청 좋아하셨는데, <미스트롯>은 특히 다시보기를 엄청 많이 하시고, 바로 지난 주 VOD는 돈을 내고 결제를 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것도 월 정액제로 끊어서 봤던 거 또 보고 또 보고 하시고….”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종편 사상 최고 예능 시청률이라는 평균 시청률 18.1%(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와... 대단하다. 과연 ‘어르신들의 프듀’라고 불릴 만하다. 실제로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 팬카페 회원들의 연령 조사를 해보니, 4월 초 기준으로 50대가 약 45%, 40대가 30%였다고 한다.


아이돌 콘서트 보러 자주 왔던 곳, 오늘은 아빠를 찾으러 왔다. 집에 언제 오냐던 아빠의 심정이 이랬을까? 놀랍게도 트로트 덕질에 빠진 것은 우리 아빠만이 아니었다. 아이돌 덕질 N년차인 내가 분석한 우리 아빠들의 덕질에는 이런 특징이 있었다.

첫째, 굿즈 구매는 필수.


응원봉, 머리띠까지….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다. 내 가수 조공도 빠질 수 없다. 저 쌀포대에 우리 아빠 지분 있다.

둘째, 현장에서 정모를 한다.


터질 것 같은 감동은 ‘덕질메이트’들과 나눌 때 두 배가 된다.

문경태(미스트롯 메인PD) “인사말 같은 것들을 남기는 문자에 저희 <미스트롯> 클립인 송가인의 ‘용두산 엘레지’, 홍자의 ‘사랑 참’ 등을 같이 링크로 보내시더라고요.”


채채퐁(가명, 직장인) “저희한테 문자투표 하라고 하시고….”

온 가족을 투표에 동원하고 때로는 댓글 여론전도 불사한다.

셋째, MR제거, 영상 편집… 내 가수를 위한 2차 창작도 불사한다.


채채퐁(가명, 직장인) “저희 아버지 아직도…. (말잇못) 월정액을 끊었기 때문에 정주행을 하고 계세요. 하루에 한 2~3편씩은 보시는 것 같아요.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밥 드시면서 틀어놓고, 잠들기 전까지 계속계속 보셔서….”

아빠가 미스트롯에 이토록 빠져든 이유는 뭘까?

문경태(미스트롯 메인PD) “중장년층에게 볼 만한 음악프로그램들이 많지 않고, 트로트라는 장르가 원래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장르인데, 무대의 비주얼적인 면을 좀 더 다르게 가져갔던 것이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현장에 플래카드나 응원문구를 가져오셔서 응원하시는 분들도 좀 있었고, 공원이나 이런 데 산책하면서 보면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핸드폰으로 보고 계시는데 <미스트롯>을 다 보고 계시더라고요. ‘아 진짜 요즘 중장년층에 붐이긴 붐이구나’ 생각을 했었고.”

한송영(송가인 팬카페 ‘어게인’ 운영자) “공연에 함께 가서 응원을 하고, 기사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열심히 홍보해주시는 등, ‘중장년층 회원 분들도 정말 마음은 10대구나’라는 걸 만나 뵐 때마다 항상 느껴요. 특히 팬 카페 활동을 하고 싶어서 주위에 방법을 물어보고 가입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손자 손녀나 옆집 사람에게 부탁해서 배운다든지, 노래를 듣기 위해서 핸드폰에 음악 재생 어플을 다운 받거나 인기투표 하는 법, 댓글 다는 법을 배우시는 등 적극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채채퐁(가명, 직장인) “아버지가 저렇게까지 빠질 수가 있구나…. 아버지에게서 저의 중학생 때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우리 엄마 아빠에게 봄을 찾아준 미스트롯. 아빠에게 효도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았다. 아빠! 다음 콘서트 티켓팅은 꼭 성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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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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