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잡는 배지 녹음기? 잘못 쓰면 처벌 받는다

국민일보

아동학대 잡는 배지 녹음기? 잘못 쓰면 처벌 받는다

입력 2019-05-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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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지 녹음기 판매 업체 홈페이지 캡처

최근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겨냥한 ‘소형 녹음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형 녹음기는 배지 모양부터 USB, 볼펜까지 다양하다. 판매 업체는 아이들의 옷, 가방 등에 티 나지 않게 달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뱃지 녹음기 판매 업체 홈페이지 캡처

일부 학부모들은 카페, SNS 등에 “근래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아서 진지하게 녹음기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학부모 A씨(45)도 “불안함 때문에라도 소형 녹음기를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이 합법적인 행동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법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뱃지 녹음기 판매 업체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녹음이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석봉 변호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를 대화 당사자로 간주하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민·형사상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아이의 옷, 가방 등에 소형 녹음기를 달아 두면 아이와 선생님의 대화뿐만 아니라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 간의 대화도 녹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용 변호사도 “만약 불법 행위가 되지 않으려면 대화의 주체인 아이가 대화를 녹취할 의도를 갖고 초소형 녹음기를 달아야 한다”며 “하지만 이 경우에는 대화 주체자가 될 수 없는 부모가 녹음의 주체가 되는 것이므로 불법 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대화 당사자로 간주하든, 간주하지 않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및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의 주체자들 간의 발언을 녹음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배지 녹음기’ 판매업체 관련자는 불법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고객을 가장해 판매업체에 전화해보니 해당 업체 측은 “문제될 일이 뭐가 있느냐”며 “걱정하지 말고 사용해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판매업체 관계자가 이같이 말한 이유는 법원에서 이런 방식의 녹음 파일이 아동 학대 유죄의 증거로 채택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보육시설 교사가 아이에게 한 말을 몰래 녹음한 파일이었다. 당시 법원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퍼부은 것은 ‘대화’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녹음 파일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런 배경 탓인지 제품은 ‘학원폭력 어린이집 증거용 녹음기’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증거 채택 여부와 위법성 판단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거로는 인정 받더라도 불법행위로 별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강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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