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교도소 근무, 병역거부자 감옥 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국민일보

“36개월 교도소 근무, 병역거부자 감옥 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국제앰네스티, 국회에 연내 대체복무제 심사 촉구

입력 2019-05-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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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대체복무제 법안에 대해 “국제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낸 보도자료에서 “현재의 처벌적인 형태의 정부안이 채택된다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불합리하고 과도한 짐을 지움으로써 사상·양심·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복무기간 36개월, 복무기관 교도소 등을 골자로 하는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앰네스티는 이번 법안이 불합리한 복무기간과 복무의 형식, 군당국으로부터의 독립성 부족 등 사실상 처벌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국제인권법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5일 오전 서울 국방부 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 심사기구 국방부 설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앰네스티는 “대체복무기간 36개월은 대부분의 군복무기간에 비해 현저히 길고 육군 복무기간의 2배에 달한다”며 “결정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체복무제는 국제인권법에 따라 군복무기간과 비등해야 하며 복무기간의 차이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거해야 한다는 게 앰네스티의 설명이다.

또 “대체복무 신청에 대한 심사와 의결기관인 ‘대체역 심사위원회’를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두고, 장관이 위원 29명 가운데 9명을 지명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인정에 대한 심사는 군 당국과는 완전히 분리된 민간기구에 의해 이루어지고 심사기구를 구성할 때는 최대한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정부안은 이런 국제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양심·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한 지난해 11월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법안에 명시된 복무기관이 교도소뿐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앰네스티는 “이미 한국정부에 대체복무가 민간 성격이어야 하고, 공익에 부합해야 하며, 성격 또는 여건 상 징벌적이거나 차별적이어서는 안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며 “오직 한가지 유형의 복무형태만 명시하는 제한적인 방식은 병역거부를 선택한 개인적인 사유에 부합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봤다. 이어 “수감자만 아닐 뿐, 그간 처벌받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처럼 젊은 남성들을 또 다시 감옥으로 보낸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안이 군복무 중인 사람들의 대체복무 신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꼬집었다. 앰네스티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군복무와 관련된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대체복무는 군복무 중, 복무 이후를 포함하여 언제든지 신청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올해 말까지 주어졌다. 국회는 법안이 한국의 국제인권의무에 부합하도록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국장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범죄가 아니라 권리”라며 “모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 관련) 범죄 기록을 말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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