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갖고 있다…”, 직장 상사의 폭언은 공포가 됐다

국민일보

“칼 갖고 있다…”, 직장 상사의 폭언은 공포가 됐다

4개월 간 제보받은 ‘막말·모욕 40선’ 공개

입력 2019-05-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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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직장 상사는 A씨에게 “(나는) 칼을 항상 갖고 있으니 내 의견에 반대 의견을 말하려면 그걸 상기하고 말하라”고 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상사는 “인사본부장을 통해 너의 신상정보를 받아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조심하라”고도 말했다. A씨는 평소에도 직장 상사로부터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 ‘예전 회사로 돌아가라’는 등의 폭언을 수차례 들어왔다. 하지만 직장 상사의 폭언 강도가 높아지면서 A씨의 두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4개월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중 ‘막말’과 ‘모욕’ 갑질 40개를 추려 19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이 연합해 출범한 단체로 4월 현재 15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오픈 카톡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이날 공개한 폭언의 형태를 보면 학력 비하, 여성에 대한 혐오 발언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 장애인 모욕까지 다양했다.

여성노동자인 B씨는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점장으로부터 “개돼지 같은 X, 어디서 너 같은 XX가 여기 들어 왔냐”며 “버러지만도 못한 X” 등의 폭언을 2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야 했다. B씨는 상사의 폭언을 들을 때마다 온몸이 굳었다. 점장은 힘들어 눈물을 흘리는 B씨에게 “지금 쇼하냐, 너는 뇌가 썩었다”고 말했다.

C씨는 상사의 과도한 업무 지시에 이의를 제기한 뒤로 끊임없는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C씨가 사무실에 없으면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C씨는 “얼마 전엔 전화해서 첫 대화부터 욕으로 시작했고 30분간 계속됐다”며 “미안하다고 말했더니, 욕을 하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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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는 회사 대표에게 통화 녹취록을 보여주며 “참아야 하냐”고 물었지만,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C씨는 우울증 증상을 보이면서 정신과 상담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상사의 협박과 욕설은 계속되고 있다.

욕설을 넘어 성희롱적 발언을 듣는 직원들도 있었다.

D씨는 직장 상사에게 “(동료 직원인 남성을 가리키며) 총각이니까 가끔 좀 만져주라”는 말을 들었다. 지목받은 남성 동료 직원도 상사의 말에 동조했다. 동료 직원은 “어디를 만져 달라 할까”라고 말하며 D씨의 왼쪽 팔목을 자신의 몸쪽으로 이끌었다. D씨는 “동의 없이 신체 접촉을 했고 이로 인해 자괴감, 성적수치심을 느껴야 했다”며 직장갑질119에 해당 내용을 제보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2월 통과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오는 7월 16일부터 시행되지만 괴롭힌 행위자에 대한 처벌조항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사상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을 법률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피해자 보호와 사용자의 2차 가해 처벌 규정을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재 인정 범위를 넓혀 직장 갑질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괴롭힌 행위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고, 가해자가 회사 대표일 경우 가해 당사자에게 신고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갑질119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을 다시 개정해 취업규칙의 필수적 기재사항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취업규칙을 개정해 직장 내에서 모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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