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2달 전 숨진 청년 집배원…친형 “상사 개똥도 치워”

국민일보

정규직 2달 전 숨진 청년 집배원…친형 “상사 개똥도 치워”

입력 2019-05-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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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우체국에서 일하던 30대 무기계약직 집배원이 돌연 사망했다. 유족은 고인이 생전 과도한 업무와 상사의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는 과로사를 주장하며 순직 인정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3년차 집배원인 A씨(34)는 지난 13일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후 10시쯤 귀가한 그는 “피곤해 잠을 자겠다”는 말을 남긴 뒤 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후 어머니가 깨우러 들어갔을 때 A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씨는 2016년 2월부터 공주우체국에서 무기계약직인 상시계약집배원으로 근무했다. 상시계약집배원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대부분 임금은 더 적고 업무량은 더 많았다. A씨도 그랬다.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고된 업무를 소화해왔다고 한다. 올해 7월, 그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유족은 그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한다. A씨의 친형 B씨는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집배원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씨는 “비정규직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동생이) 평소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하는 무기계약직 집배원이었다”고 했다. 그는 A씨가 전국 집배원의 평균 배달량보다 200건 이상 많은 약 1200건의 우편물을 매일 이동 거리가 긴 농촌 지역으로 배달했다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퇴근 시간을 미리 적어두고 매일 2~3시간 더 일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편물을 집에까지 가져와 분류작업을 할 정도로 매일 힘들게 일했다”면서 “제 동생은 과중한 업무로 몸이 아프거나 배달을 하다 다치게 될 때도 퇴근이 늦어 병원을 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곧 있을 정규직 전환을 위해 동료가 빠지면 그 몫까지 더 많은 일을 해야 했고 주말에도 밀린 일을 하러 나갔다”고 강조했다.

B씨는 A씨가 상사의 갑질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B씨는 “상사가 이삿짐 옮기는 일, 사택에서 키우는 개똥 청소, 개 사료 주기 등을 업무지시로 내려서 평일과 주말에 나가 일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며 “동생은 이를 많이 힘들어 했지만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며 묵묵히 견뎌냈다”고 말했다.

B씨는 “그렇게도 바라던 정규직 응시원서에 ‘정규직 집배원이 된다면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적은 것을 보고 제 동생이 안타까워 청원을 올린다”며 “우정사업본부에서 제 동생의 과로사를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상사의 갑질에 대한 처벌도 이뤄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집배원 인력 충원, 무기계약 집배원의 정규직화도 촉구했다.

전국집배노조는 20일 공주우체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A씨의 순직 인정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A씨 유족과 지인, 노조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노조 측은 “우정사업본부가 비용 절감을 위해 무료노동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며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 고용노동부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A씨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잠을 자던 중 심정지로 사망하는 건 과로사의 전형적인 양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청지방우정청은 A씨 유족이 제기한 열악한 근무환경, 부당지시 의혹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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