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우리은행 민원 제기했다가 ‘신용불량자’된 사연

국민일보

금감원에 우리은행 민원 제기했다가 ‘신용불량자’된 사연

입력 2019-05-2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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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우리은행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카드 거래가 정지된 40대 남성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우리은행’이 오르내리고 있다. 많은 네티즌은 “사채업자보다 무섭다”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KBS는 20일 중소업체 대표인 최홍규(43)씨의 말을 인용해 우리은행으로부터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카드 거래가 정지된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14년 전 경기도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예상치 못한 건설사의 부도 탓에 중도금 대출을 떠안게 됐다. 최씨는 1년에 걸친 개인파산 검토 끝에 법원으로부터 면책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금융거래확인서를 떼 봤다가 특수채권이란 이름으로 8100만원이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다. 최씨는 대출기록에 면책 채무가 남아 있는지 문의했고 은행은 이 무렵부터 채무 기록을 다른 금융기관이 볼 수 있는 신용정보로 공개했다.

최씨는 은행에 채무 삭제를 요청했지만 우리은행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최씨는 지난달 초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갑자기 문제의 대출이 ‘사기 대출’이라며 금감원의 민원을 취하하지 않으면 신용상 큰 불이익을 받는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최씨는 이를 거절했고 금감원의 민원조사가 계속되자 우리은행은 지난 5월1일 면책 대출 정보를 신용정보에서 삭제했다. 대신 이틀 뒤 최씨를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했다. 이후 최씨는 개인적인 신용카드 거래가 모두 정지됐고 다른 은행들로부터 ‘모든 회사 채무에 대해 상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최씨는 우리은행에 연락해 “면책받은 거 왜 안 없애 주냐고 말한 건데…”라고 물었고 이에 우리은행 관계자는 “면책은 불법은 제외”라고 답했다. 최씨는 KBS에 “자기들은 ‘내가 불법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건설사와 짜고 친 거다’라고 했다. 내가 이것 때문에 계속 피해를 받고 고통을 받고 파산까지 하게 된 건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는 우리은행에 “자신이 왜 불법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우리은행은 “불법이 아닌 걸 해명하라”고 답했다. 최씨는 “어떻게 해야 되냐”고 되물었고 우리은행은 “금감원의 민원을 취하하고 수사기관에 건설사 등을 고소하면 그 결과를 보고 ‘금융질서문란’ 등록을 풀어주겠다”고 했다. 최씨는 결국 금감원에 민원을 취하했고 이후 금융질서문란 정보가 삭제됐다.

“개인 신용정보를 이렇게 다뤄도 되냐”고 묻자 우리은행은 “최씨가 명의 대여 불법 대출자란 나름의 증거가 있어서 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정보원은 명확한 근거 자료 없이 ‘금융질서문란’ 정보를 등록‧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금융위는 공식조사에 착수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의 갑질이 무섭다” “사채보다 더하다” “공적자금 투입된 은행에서 서민에게 저런 짓을 하다니…” “IMF 때 국민 세금으로 살려놓은 은행 맞냐?”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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