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건네고 수첩에 적으며 경청하고…기습 시위대 진정시킨 김성환 의원

국민일보

명함 건네고 수첩에 적으며 경청하고…기습 시위대 진정시킨 김성환 의원

입력 2019-05-22 07:10 수정 2019-05-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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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캡처

“가짜 등급제 폐지를 중단하라”며 기습 시위를 벌인 시각장애인 단체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진정시킨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의 모습이 공개됐다. 덕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김성환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 21일 오전 8시30분 목포에서 봉하까지 ‘민주주의의 길’ 출정식 행사가 열린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시각장애인들과 어머니들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기습 시위를 벌였다. 시각장애인 8명과 장애인 단체 관계자 4명은 이 대표에게 “10분만 만나 달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황급히 당사 안으로 몸을 피했고 시위대는 당사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당직자, 시위대가 충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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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시위대는 “한국당과 다를 게 뭐냐”고 외치기도 했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 남은 건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과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이었다. 김 의원은 “대표님은 이렇게 해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내용을 잘 모르니 알려 주면 절차를 밟겠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강복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외협력 이사는 “여당 의원들에게 팩스도 보내고 전화 통화도 했는데 답이 없어 직접 왔다”며 “장애인 등급제 폐지 후 만들어진 인정조사표에 시각장애인의 장애 특성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분노했다.

장애인 등급제는 의학적 기준에 따라 1~6등급으로 구분 짓고 차등적으로 복지 혜택을 지급하던 제도로 오는 7월 폐지를 앞두고 있다. 장애등급제만으로는 장애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2022년까지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장애 정도’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지원체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장애인 조사표를 작성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서비스 지원 종합 인정조사’ 문항을 발표했다. 이 문항엔 ▲음식물 넘기기 ▲배변‧배뇨 ▲앉은 자세 유지 등의 기능적인 부분이 담겨있다. 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해당하지 않는 항목들이다.

시각장애인 단체는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새로 마련한 인정조사표를 적용하면 시각장애인의 활동 지원서비스가 줄어들게 된다며 반발해왔다. 강 이사는 이날 “시각장애인의 장애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서비스 지원 종합인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현재 마련된 인정조사표로 조사하게 되면 신규로 장애인 인정을 받아야 하는 만 7세 아동은 불리한 평가를 받아 그동안 받아온 혜택이 깎이게 된다”고 분노했다.

김 의원은 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명함을 주려 했다. 마침 명함이 떨어졌다며 보좌관에게 전화해 명함을 가져오게 했다. 분노한 시위대의 말을 듣던 김 의원은 “지금은 산자위 위원이지만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때 복지 담당 전문위원이어서 이쪽 일을 조금 안다”며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하고 경증과 중증으로 나누고 장애인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장애 등급제 폐지의 요지인데 보건복지부가 유형별로 내용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시위대는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게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생각이 없다” “2년을 기다렸다” 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 김 의원은 자신의 수첩을 꺼내 보건복지부 어디냐고 물었고 강 이사는 “보건복지부 장애인 복지과 장애인 서비스과다”라고 답했다. “장애인 서비스과 과장하고 그 위 국장은 이 사안을 알고 있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이를 꼼꼼히 적었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김 의원은 “일주일 내로 당 정책위원회와 해당 TF를 맡은 남인순 최고위원, 보건복지부가 참석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어디서 왜 막혔는지를 들어보고 시각장애인들의 건의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이재정 대변인은 눈물로 호소하는 어머니의 등을 쓸어주며 위로했다. 확답을 받은 시위대는 김 의원의 직통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받은 뒤 돌아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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