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돕다가 다친 대가, 20만원… 도움 없는 현실 암담해”

국민일보

“경찰 돕다가 다친 대가, 20만원… 도움 없는 현실 암담해”

입력 2019-05-22 11:16 수정 2019-05-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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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표창장을 받고 경찰서장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MBC충북 뉴스 화면 캡처

경찰이 놓친 범인을 잡다가 다쳐 생활고에 빠진 30대 남성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목숨을 끊겠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충북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라고 밝힌 A씨는 21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경찰 때문에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목숨을 끊을 생각입니다’라는 제목을 글을 게시했다.

A씨가 말한 사연은 이렇다. 그는 지난해 말 귀가 중 경찰이 연행 과정에서 놓친 범인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허리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A씨에게 치료비는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일용직을 돌며 노부모를 부양하던 A씨에게는 마련할 수 없는 돈이었다.

사건이 있고 열흘 후 경찰은 A씨에게 표창장과 포상금 2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과거 받았던 생활비 대출 때문에 포상금은 대출이자로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모아둔 재산도 딱히 없었다.

고민이 깊어진 A씨는 경찰 측에 치료 지원을 부탁했다. 그러나 규정상의 이유로 도울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A씨는 이후로도 약 한달간 시 기관들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결국 A씨는 경찰 측에 손실보상금을 청구했다. 그로부터 몇개월이 지난 최근 경찰은 A씨가 청구한 금액의 10% 수준인 20만원을 의류손상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A씨가 그동안 치료를 받지 않았고 휴업 손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보건복지부의 의사상자 지원제도를 안내받아 접수했으나 당시 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요구했다”며 “경찰 측에 (자료를) 요청하니 없다며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저는 어느 보상도 받지 못한 채로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한달간 차비조차 없이 도보로 동사무소, 구청, 도청, 경찰청까지 방문해 눈물로 치료지원을 호소했던 건 다 무엇이냐”며 “국가를 위해 아무 계산 없이 몸을 던진 대가가 이렇게 비참할 줄 알았더라면 그때 범인의 도주를 외면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근로 능력을 장기간 잃어 생활고로 휴대폰 수·발신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생활비도 없고 대출이자도 연체돼 목에 칼이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의인에 대한 관심과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는 이 현실이 너무 암담하다”며 “국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복잡하고 비현실적인 규정을 내세운다면 시민 또한 경찰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외면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글 말미에 “조만간 죽음으로 이 현실을 알리려 한다”고 쓰기도 했다.

경찰 측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A씨에게 상해진단서를 제출할 것을 안내했지만 하지 않았다”며 “지난 2월 25일 교수 등 외부 위원 3명과 경찰 측 2명으로 구성된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보상안을 결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실보상제도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손실보상금 지원 대상을 생명·신체에 대한 손실까지 확대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손실보상금은 경찰의 직무집행 중 손실을 본 시민에게 전해지는 돈이다. 그동안에는 출입문, 차량 파손 등의 재산상 손실을 입은 경우에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체상 손실을 국가에 청구할 방법이 없어 경찰관이 사비로 지원을 하는 등 경찰관의 적극적 법 집행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확대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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