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일가족 사망’ 세 가지 의문, 이수정 교수와 따져봤다

국민일보

‘의정부 일가족 사망’ 세 가지 의문, 이수정 교수와 따져봤다

①잠든 상태에서 ②흉기로 ③아들은 둔 채 딸만?

입력 2019-05-23 00:10 수정 2019-05-23 00:10
방송화면 캡처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20일 오전 11시30분쯤 일가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네 식구 중 유일한 생존자는 숨진 가족들을 발견한 16세 아들이었다.

경찰은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자 3명 모두 목 부위를 찔려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 또 남편 A씨(50)에게서 주저흔, 딸 B양(18)의 손등에서는 방어흔이 나왔다고 밝혔다. 아내 C씨(46)의 시신에서는 목 부위 자상 이외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더 많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는 왜 아내와 딸을, 그것도 흉기를 사용해 살해했을까. 22일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에게 이번 사건의 의문점 3가지를 물었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캡처

우선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해보면, A씨의 가해는 딸 B양과 아내 C씨가 침대 위에 누운 상태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서서 몸싸움을 하거나 움직이면 혈흔이 사방으로 튀어야 하는데, 집안에 그런 흔적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아내와 딸은 잠들어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이 교수는 “이런 사건의 경우 서로의 관계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서로의 관계가 좋았다면 고통을 덜 느끼도록 자는 상태에서 살인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형의 가족 살해사건에서 흉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의문이다.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이 아닌데 왜 흉기를 썼을까.

이 교수는 그 이유를 A씨의 직업에서 찾았다. 그는 “A씨는 7년 전부터 목공 작업소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본인에게 친숙한 수단을 선택한 것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다”며 “또 약물을 구할 만큼 오랫동안 살인을 계획한 것도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발적인 살인이었기 때문에 가장 익숙한 도구를 썼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두 자녀 중 딸만을 살해한 이유다. 이 교수는 우선 딸 B양이 A씨에게 어떤 대상이었을지 짚었다.

이 교수는 “딸은 엄마 편이었다. 딸이 엄마와 침대까지 함께 쓰며 잠자리에 들었던 걸 보면 매우 가까운 사이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그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A씨는 딸과 엄마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둘을 한 데 묶어서 생각했을 것”이라며 “만약 두 사람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면, A씨는 아내와 딸 이 두 사람을 묶어서 생각했기 때문에 함께 죽였던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들을 죽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며 “극단적으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사건이 일어난 집이 부모님이 살던 집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모님에게 아들(손자)을 남겨두는 식으로 생각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며 “어떻게 보면 이러한 사고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다. 대를 이을 아들은 부모님께 맡겨 놓고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딸도 타인이다. 타인의 생명권을 아버지가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방식의 사고방식이 존재하는 거다”라며 “이는 살인죄가 적용될 만큼 심각한 범죄다. 생명권을 선택할 권한은 부모에게 없다”고 지적했다.

강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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