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돼라, 이혼하게ㅋㅋ” 죽어서도 이혼 못 한 언니(인터뷰)

국민일보

“유산돼라, 이혼하게ㅋㅋ” 죽어서도 이혼 못 한 언니(인터뷰)

입력 2019-05-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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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암 투병 중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우리 언니를 제발 이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정폭력과 암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난 우리언니 이혼시켜주세요”라는 글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사망한 A씨의 유족은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살아있을 때는 때리고, 죽은 후에도 반성없는 언니의 남편을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언니가 지난 9일 세상을 떠났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휴대폰에서 수많은 녹취와 메시지를 발견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그 사람(A씨의 남편)이 언니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유족이 제공한 녹취 파일을 들어보니 “애 못 낳고 암 걸린 게 자랑이다 XXX아. 돼지 같은 X이랑 결혼한 내가 미친X이지. 애 못 낳는 XX같은 X” 식의 폭언을 퍼부었다. A씨는 거의 대꾸를 하지 않다가 “네 애잖아, 너 때문에 두 번이나 유산했잖아. 그래서 병이 왔잖아”라고 답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2월 결혼한 뒤 줄곧 남편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왔다. 이로 인해 유산을 두 번이나 했고 2017년 5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암은 폐를 거쳐 온몸으로 퍼졌다. 이후 2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9일 숨을 거뒀다.


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살펴보면 남편 B씨는 “유산되면 좋겠다. 바로 이혼하게 ㅋㅋ” “진짜 좋은 방법은 네 배를 때려라 유산되게” “아침밥 해놔 죽기 싫으면” “집에 있지마세요, 내가 강제로 유산시켜줄테니” “뚱뚱해서 (암에) 걸린거다, 살을 좀 빼지 처먹을 줄만 알고” “아파서 죽어라, 소원이다” 같은 메시지를 수시로 보냈다(텍스트 파일로 남아있는 대화를 시간과 내용 그대로 옮겨 재구성했음).



폭행도 일삼았다. B씨가 A씨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그 때 목을 조르는게 아니라 뺨을 때려버릴 걸 그랬다”는 내용이 남아있다.


협박도 했다. 유족이 제공한 사진에는 찢어진 옷과 만신창이가 된 집안 풍경이 담겨있다. B씨는 결혼사진에 칼을 올려두거나, 부인의 옷가지 위에 가위를 올린 뒤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집안 물건을 부순 사진, 흉기를 든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불륜을 저지른 정황도 확인됐다. B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결국은 너 때문에 그 X(불륜 상대)이랑도 끝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지난해 12월 건강상태가 악화된 A씨가 피를 토하며 입원했을 당시에도 그는 차량동호회에서 만난 여성과 함께 있었다.


A씨는 이혼소송 재판 중 끝내 숨을 거뒀다. 재판은 그대로 종료됐고, 이혼은 성립되지 않았다. 사망한 이의 이혼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족들은 대신 가정폭력·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이나마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로 남편을 고소했었다. 아동학대는 A씨 조카를 학대한 혐의다. 유족은 “카톡에도 조카에게 폭력을 휘두른 정황이 드러나있다”며 “폭행 등의 증거들이 더 나와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또 “그 사람은 언니의 병원비를 지원해주기는커녕 친정에서 투병생활을 하던 당시 단 한 번도 와보지 않았다”며 “그래놓고 언니 앞으로 나올 연금마저 챙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혼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A씨가 사망하면서 A씨의 모든 재산이 B씨에게 상속됐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상속재산 분할청구 소송을 해야 한다.

앞서 A씨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6일 “누구보다도 착했던 언니가 며칠 전 2년 간의 암투병 끝에 36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며 “언니의 억울하고 원통한 사연을 제발 들어달라”고 적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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