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 웃으면서 재판 받는다” 외동딸 잃은 아버지의 청원

국민일보

“가해학생 웃으면서 재판 받는다” 외동딸 잃은 아버지의 청원

“대한민국 법은 가해자들에게 어찌 그리 관대합니까”

입력 2019-05-24 00:10 수정 2019-05-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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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7살 외동딸이 욕설·사진 유포 등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소년법을 개정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A양은 사이버 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지난해 7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양은 온라인 공간에서 ‘멤버놀이’를 하다가 모임 안에서 인신공격과 괴롭힘을 당했다. ‘멤버놀이’는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청소년들끼리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 그 연예인의 흉내를 내는 것을 말한다.

A양의 아버지인 B씨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범죄 가해자들을 보호하는 소년법을 개정하고, 정당한 처벌을 해주십시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B씨는 “원통한 마음이 어디에도 통하지 않아 너무나 답답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해결된 사건은 하나도 없다”며 소년법이 가해자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내가 직접 지방까지 내려가 조사를 받고 왔다”며 “소년보호사건으로 재판이 열리면 비공개로 이루어져 참가도 못 한다. 참여하고 싶어도 신청을 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진술하고 싶어도 미리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게 무슨 제도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B씨 “죄를 지은 미성년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죄를 묻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들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아버지와 재판정 앞에서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며 “왜 우리 가족은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가해 학생과 그 부모는 웃으며 재판을 받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B씨에 따르면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판결선고 하루 전 해당 사건을 소년보호사건으로 변경해 다른 법원으로 이송했다. 그는 “아무 설명도 없이 사건을 다른 법원으로 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 소년보호사건의 처벌이 너무 미약하고 재판도 비공개인 점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가해자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소를 할 것을 하는 생각에 후회가 막심하다. 피해자인 내가 고소를 언제 해야 할지까지 걱정해야 하는 이런 원통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법을 어기는 행위에는 엄격하고 정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소년법을 개정해 소년범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A양은 지난해 7월 ‘멤버놀이’를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 인신공격 등 사이버 폭력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멤버놀이’를 하던 그룹이 둘로 갈라져 싸움이 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양의 지인이 채팅방 멤버들과 다툰 뒤 채팅방을 나갔다. 한 무리가 A양에게 “네가 대신 사과하라”는 요구를 했고, A양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신상털이, 인신공격 등 집단 괴롭힘이 시작됐다.

가해자들은 A양의 신상을 알아낸 뒤, A양의 사진을 ‘멤버놀이’ 채팅방에 유포했다. A양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2시간 전까지 가해자들에게 ‘찾아가 죽이겠다’는 협박 문자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채팅방에서 “이렇게 멘탈 약한 애는 처음 본다”며 A양의 죽음을 조롱했다. “A양이 먼저 욕을 했다고 진술하자”며 경찰 수사를 대비해 서로 입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이해된다”는 피해자 아버지의 청원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며 소년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 청원은 24일 오전 1시 기준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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