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지하철 성추행범 아니다” 반박 영상 발칵

국민일보

“동생은 지하철 성추행범 아니다” 반박 영상 발칵

형, 철도경찰 채증 영상 조목조목 반박하는 영상 제작 배포

입력 2019-05-27 00:05 수정 2019-05-28 17:23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동생의 결백을 주장하는 형의 동영상 호소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형은 철도경찰이 채증했다는 성추행 증거 영상을 현미경으로 보듯 프레임 단위로 분석한 것은 물론 물리법칙과 현악기 연주자들의 습관까지 제시하며 반박 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는데 이를 본 네티즌들이 철도경찰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동생의 결백을 주장하는 형의 호소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형은 동생의 손이 여성의 몸에 닿아있지 않은 상태인데도(왼쪽) 마치 닿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각도의 영상이 법원에 제출되는 등 동생이 억울하게 성추행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상 캡처

형 A씨는 2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생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 철도경찰이 현장에서 성추행 정황을 무리하게 조장했고 채증 영상을 캡처한 뒤 그 시간대를 바꿔가며 동생을 성추행범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동생, 성추행 안했다’ 인터넷 달군 동영상
논란은 A씨가 지난 24일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 ‘성추행범으로 구속돼있는 동생의 억울함을 알립니다’는 제목으로 글과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의 동생(B)이 2018년 5월 24일 지하철에서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고 지난 11월 2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5월7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은 변하지 않았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생이 구치소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동안 결백을 입증하는 영상을 만들고도 재판에서 충분히 동생의 결백이 밝혀질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원심은 바뀌지 않았고 결국 그는 영상들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판사의 공정한 판단을 끝까지 믿었다. 눈앞에 보이는 증거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 믿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제발 동생을 절망으로부터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게 범죄?” 조목조목 분석해 반박
그는 동생의 무죄를 입증하겠다며 자신이 분석한 내용을 담아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은 철도경찰들이 채증한 것을 분석한 것이다.

영상에는 철도경찰 3명이 촬영한 6개의 영상 클립들이 초단위로 분석, 편집돼 있다. 철도경찰은 B씨가 20대 여성 C씨의 몸을 8분간 만지며 추행했다면서 그 증거 장면을 8개로 추렸는데 A씨는 그 장면 모두 성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하철에 타는 순간부터 철도경찰 3명이 붐비는 객실에서 B씨를 에워싸고 밀어붙였고 이로 인해 B씨의 몸 일부가 C씨의 몸에 닿을 수밖에 없었으며 C씨 또한 B씨가 자신에게 몸을 밀착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A씨는 또 B씨와 C씨의 몸이 닿지 않은 장면도 마치 닿은 것처럼 보이는 다른 각도의 영상 자료가 법원에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철도경찰이 밀면서 동생을 몰래 촬영하는 장면이 보인다”면서 “철도경찰은 처음부터 감시할 목적이 아니었다(성추행범으로 몰 생각이었다)”고 비판했다.



A씨는 또 “동생은 가방(백팩)이 (인파에) 끼어서 몸을 돌릴 수도 없는데 (가방끈을 잡고 있는) 오른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면서 “여성은 그 와중에도 스마트폰을 만지고 머리를 쓸어 올리는 등 손을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B씨가 C씨의 팔뚝을 비비는 장면이라고 소개된 영상 또한 착시로 불거진 오해라고 설명했다. B씨 뒤에 바짝 붙어 손을 기대고 있던 철도경찰이 뒤에서 미는 동안 C씨의 몸에 닿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또 다른 철도경찰 채증 영상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철도경찰3’이 찍은 영상에는 B씨의 오른손이 C씨의 오른손 팔에 닿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철도경찰2’의 영상에는 떨어져 보인다.


A씨는 같은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보면 분명 성추행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도 검찰과 법원이 이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법원은 철도경찰이 제시한 영상만 보았다는 것이다.

A씨는 또 C씨의 진술에 맞추기 위해 철도경찰이 채증 영상의 캡처를 다른 시간대에 활용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B씨가 휴대전화를 쥔 왼손으로 C씨의 오른쪽 어깨부위를 만지는 영상이라고 소개된 부분은 철도경찰이 다른 시간대 영상을 편집해 갖다 붙인 장면이라는 것이다.


A씨는 “C씨는 피해자 진술에서 ‘뒤에 공간이 많았는데도 B씨가 오른쪽 어깨를 만졌다’고 했는데 이에 증거로 사용된 철도경찰의 영상은 해당 장면의 4분전에 찍힌 것”이라면서 “철도경찰이 왜 영상을 조각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시간대를 뒤섞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해당 장면에서 B씨의 손이 C씨의 몸에 닿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문쪽에 있던 ‘철도경찰2’가 몸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봤다.


A씨는 B씨가 C씨의 오른쪽 어깨부위를 왼손으로 비빈다는 장면에서도 억울함 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철도경찰 두 명이 양옆에서 밀어 밀착할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 채증 각도에 때문에 접촉하지 않은 상황도 접촉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철도경찰이 무리하게 성추행범으로 몰아”
철도경찰은 또 성추행이 있었다는 그날로부터 무려 32일이나 지난 뒤에 B씨를 부른 뒤 자신들이 채증한 영상을 보여주며 성추행범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B씨는 철도경찰이 제시한 영상을 본 뒤 ‘범행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철도경찰의 질문에 “고의는 아니었지만 제 행동으로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에 대해 “동생은 상식선에서 이야기했는데 이게 마치 죄를 인정하는 것처럼 진술서에 기재됐다”고 억울해 했다.


철도경찰은 아울러 B씨에게 ‘피해자에게 사과했나요?’라거나 ‘피해자와 합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데 B씨가 철도경찰 조사를 받는 당시에는 철도경찰은 C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A씨는 이를 철도경찰의 유도심문이라고 봤다. B씨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불쾌하면 사과하겠다’거나 ‘합의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런 순진한 대답이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C씨의 피해자 진술도 문제 삼았다. 철도경찰은 2018년 5월 24일 현장에서 C씨로부터 자신들이 찍은 영상을 보여주며 B씨를 잡으면 처벌해 달라는 피해신고를 간단히 받았다고 한다. C씨는 이후 33일이나 지난 뒤 철도경찰이 부르자 나와 ‘불쾌해서 눈치를 주면서 쳐다봤다. 그 사람이 저랑 눈이 몇 번 마주쳤는데 그래도 계속 그렇게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그러나 철도경찰 3명이 채증한 총 27분의 영상 어디를 뒤져봐도 자신의 동생과 C씨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철도경찰이 밀 때와 내릴 때 외에는 C씨가 스마트폰에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C씨가 ‘전철 타고 다니면서 남자들이 추행하는 경우가 좀 많이 있었고 그때마다 볼쾌했지만 신고 못하고 넘어갔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과거 지하철에서의 나쁜 기억과 B씨 사건이 뒤엉키면서 이렇게 진술하지 않았겠느냐고 본 것이다.

A씨는 이어 C씨가 겨드랑이 시작부위를 B씨가 만질 때 B씨에게 눈치를 줬다고 진술한 점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영상을 보면 C씨는 겨드랑이 접촉이 있다는 시간대에 눈을 감고 잠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A씨의 주장을 요약하면 △철도경찰은 현장에서 피의자의 몸을 밀치며 성추행을 유도했고 △검찰과 법원은 동시에 찍힌 다른 각도의 영상을 보지 않았으며 철도경찰은 그 점을 이용했다는 비판이다. A씨는 또 △철도경찰이 영상을 여러 조각으로 나눈 다음 시간대를 뒤섞어 정황을 조작했고 △동영상의 일부만 보여줌으로써 사실을 숨긴 후 진술을 유도했으며 △영상 캡처 지점이 행위 지속시간으로 보이게 만드는 ‘플레이 시간’이라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고 분석했다.

네티즌 분통… 공들인 분석엔 찬사
A씨의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성범죄자를 잡아야할 철도경찰이 성범죄자를 의도적으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A씨의 집념 어린 분석을 놀라워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A씨는 동생이 지하철이 멈춰서는 과정에서 C씨에게 몸이 붙지 않기 위해 얼마나 큰 힘을 써야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뉴턴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F=ma)을 소개했다. 실제 자신이 사건 현장에서 열차가 멈추는 시간과 속도를 측정하고 자신의 몸무게를 대입해 이를 계산해내기도 했다.


아울러 동생이 열차 급정거시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움직이고 이 손가락이 C씨의 옷주름에 닿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는 동생이 클래식 기타를 치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유명 기타리스트들이 인터뷰를 할 때 계속 손가락을 움직이는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클리앙에 올랐던 글은 이후 보배드림 등 다른 유명 커뮤니티로 급속도로 퍼졌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게시판과 유튜브 등에 수천개의 댓글을 달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저런 식으로 사방에서 밀면서 몰래 촬영하고 여성에게 불쾌하냐고 물어본 뒤 성추행범으로 몰면 빠져나갈 남자는 대체 몇명이나 될까”라면서 “사람 붐비는 지하철에서는 무조건 만세하고 있어야 하느냐”고 아우성이다.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이어졌다. 24일 오른 청원에는 26일 오후 10시 현재 3만 8000여명이 동참한 상태다.

A씨의 주장을 의심하는 의견도 있다. 철도경찰이 현장을 채증하고 영상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나 누락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빈틈을 노린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전체 영상을 보지 않고는 현장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A씨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에 B씨의 추행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A씨는 이에 대해 “철도경찰이 찍은 영상 전체를 꼼꼼히 초단위로 체크했다. 동생의 성추행은 결코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철도경찰의 무리한 성추행범 몰이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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