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기당한 것조차 몰랐던 유진박…‘MBC 스페셜’ PD가 전한 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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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기당한 것조차 몰랐던 유진박…‘MBC 스페셜’ PD가 전한 사건 전말

입력 2019-06-11 06:08 수정 2019-06-11 10:16
방송화면 캡처

천재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사실을 인지한 유진박은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10일 방송된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MBC 스페셜’은 ‘천재 유진박 사건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유진박의 사기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유진박의 매니저 김모(59)씨의 지인이 제작진에게 연락해 도박 중독자인 매니저가 유진박의 돈을 착취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제작진이 이 같은 주장을 확인한 결과 유진박은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한국에서 지내는 가족이 없고 매니저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생활했다. 매니저는 유진박의 모든 생활을 세심하게 돌보는 반면 뒤로는 재산을 갈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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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보자는 제작진에 “유진박이 돈이 하나도 없다. 극단적일지 모르겠지만 앵벌이를 하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또 “유진박이 상속받은 땅이 있었지만 매니저가 몰래 팔아넘겼다. 앞으로 더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매니저가 자꾸 돈을 빌려 달라고 찾아온다. 로드 매니저는 돈이 지급되지 않으니 다들 그만둔다. 밴드도 못 한다고 나가버린다”고 폭로했다.



매니저가 유진박의 이름으로 사채 2억 원을 썼고 다른 재산에도 손을 대 피해액은 최소 7억원에 달한다고 이 제보자는 주장했다. 매니저의 이런 갈취는 도박에서 비롯됐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이 제보자는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유진이 앵벌이 시켜 자기 도박하는 거다. 이건 100%다”라고 확신했다.



이에 대해 유진박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제작진의 말에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재산관리에 대해 유진박은 “잘 모른다. 지금 매니저가 해주고 있다”며 “돈을 빌려본 적도 없고, 제주도에 재산도 없다. 살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매니저가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판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유진박은 “모른다. 만약 그분이 그런 일을 했으면 내 이모가 얘기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매니저가 당신을 기만했다. 거짓말하고 속였다”고 하자 유진박은 “아니다. 그런 분 아니다. 아주 정직한 사람이다. 그도 믿으라고 했고 나도 믿는다”며 반박했다.

결국 제작진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와 전화통화를 해 사건의 전말을 유진박에게 전했다. 유지박은 이모에게 “매니저가 날 속였다고 하는데 맞냐”고 물었고 이모는 “맞다. 우리를 체계적으로 속였더라. 내 생각엔 네가 당장 떨어져야 할 것 같다. 나도 그 사람을 믿었지만, 그 사람이 우리를 배신했다. 네가 정신 바짝 차리고 이 상황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위기다”라고 답했다.



결국 유진박은 상황을 인지했고 매니저와 대면했다. 매니저는 유진박에게 “내가 이모님과 통화하고 정리되는 내용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진박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세금 체납액이 약 1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진박은 “말도 안 돼”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유진박은 또 “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른다. 언제 ‘네, 아니오’하는지 모른다. 헷갈린다”면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유진박은 매니저와 관계를 끊고 어머니의 생전 지인이 마련해준 거처로 옮겼다. 유진박은 “결과적으로 나는 뮤지션이다”라며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신 있다. 새로운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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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MBC스페셜을 제작한 성기연 PD는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사건을 조명하게 된 계기와 취재 후기를 전했다. 그는 유진박과 지난 2013년 ‘휴먼다큐 사람이좋다’를 촬영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이번에도 다큐를 한다고 하니 제보가 들어와 관련 내용을 취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 PD는 “매니저 활동으로만 보면 워낙 잘했다”면서 “평판도 좋고 유진박 본인도 불편함이 없었다. 그래서 유진박이 매니저에게 의존했다. 매니저가 내민 서류가 어떤 서류인지도 모른 채 사인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매니저가 유진박 명의로 사채를 썼고 상속 부동산과 재산을 임의로 처분했다. 유진박이 직접 한 것도 있고 대리로 한 것도 있다”고 한 성 PD는 “유진박은 행정, 사무적인 것을 일절 모른다. 매니저가 필요하다고 하면 사인하는 것이다. 무슨 서류에 사인했는지도 몰랐다”고 부연했다.

성 PD는 “유진박이 조울증이 있어 법적‧의료적 도움이 필요해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와 공익법률법인에 도움을 청했으며 성년 후견인 신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성 PD는 또 “정확한 피해 규모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확인된 자금 유용 규모만 7억원 이상이다. 추가적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며 “매니저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매니저가 순순히 잘못을 시인했고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다큐멘터리 부서인데 내용은 PD수첩처럼 됐다”고 한 성 PD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박은 휴먼다큐라고 생각한다. 유진박의 삶이 마치 ‘트루먼쇼’의 현실 버전 같더라. 유진박은 아무것도 모르고 잘살고 있었다. ‘너의 세계는 가짜’라고 알려주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는 지난달 23일 유진박의 현 매니저 김씨를 사기와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남부지검은 서울 강서경찰서에 수사를 지휘해 현재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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