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후계자 백승호… 스스로 입증한 선발의 자격

국민일보

기성용 후계자 백승호… 스스로 입증한 선발의 자격

입력 2019-06-12 08:17 수정 2019-06-12 08:51
백승호가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평가전 한국 대 이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피해 돌파하고 있다. 뉴시스

스페인 지로나 소속 미드필더 백승호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백승호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평가전에서 만점 활약을 보이며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첫 출전임에도 안정적으로 중원을 장악하는 그의 경기 운영 능력에 지난해 은퇴한 중원 사령관 기성용의 향기가 묻어났다. 경기는 1대 1로 끝났지만, 플랜 B의 활용과 백업 요원들의 출전이라는 실험 요소가 있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백승호는 4-1-3-2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했다. 지난해 3월 대표팀에 처음 소집된 지 4경기 만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발명단에 깜짝 이름을 올렸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확실하다고 평가되던 벤투호에서 백승호의 출전은 굉장히 진취적인 변화로 평가됐다. 신예 실험에 인색한 벤투 감독이 이란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로 선발 결정을 내린 것은 백승호가 훈련과정에서 확실한 인상을 줬다는 뜻으로 풀이 될 수 있다. 대표팀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팀 첫 경기였지만 침착했다. 차분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란 공격수들의 돌파를 차단했고, 수차례 전진 패스도 시도했다. 체격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대와의 경합도 피하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성장기를 보낸 선수답게 개인의 발기술을 활용해 좁은 공간을 잘 활용했다. 전반 중반에는 순식간에 상대 수비수 4~5명을 돌파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백승호가 가져다준 유연함은 벤투호 중원에서 그동안 찾아볼 수 없던 활력소가 됐다.

백승호가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평가전 한국 대 이란의 경기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뉴시스

공격적으로 전진하는 성향이 강한 황인범과의 호흡도 좋았다. 황인범이 볼을 받기 위해 뒷공간까지 내려오면 백승호가 전진했다. 포지션 스위칭 플레이가 자연스러웠다. 공수과정에서 보인 백승호의 안정감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후방 빌드업시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패스를 뿌려줬고, 황인범뿐 아니라 이재성과의 호흡 역시 훌륭했다. 왼쪽 측면으로 깊게 침투한 홍철에게 날카로운 롱패스를 전달하기도 했다. 후반 31분, 주세종과 교체돼 벤치로 돌아올 때까지 쉴 새 없이 뛰며 빌드업의 연결고리 임무를 수행했다. 후방 센터백으로부터 시작된 패스는 백승호의 발을 거쳐 전방으로 배달됐다.

벤투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난 뒤 백승호의 활약에 합격점을 매겼다. “중앙에 위치해서 플레이할 때 본인의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오늘 원하는 것을 상당히 잘 보여줬다. 좋은 경기력이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백승호의 나이도 언급했다. “만 22세에 불과한 선수다. 그런 그가 이런 경기를 보여줬고, 젊은 미드필더 조합을 보유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그간 벤투호의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정우영이 붙박이로 활약하고 있었다. 벤투호 1기 때부터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까지 주연으로 활약한 선수다. 이달 A매치에는 부상 후유증을 우려해 휴식을 취하기로 했으나, 복귀한다면 여전히 1 옵션 선택지로 평가된다. 하지만 백승호의 등장으로 정우영 역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벤투 감독 역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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