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혼인관계 파탄 낸 홍상수, 이혼 못 한다”, ‘유책주의’ 유지

국민일보

법원 “혼인관계 파탄 낸 홍상수, 이혼 못 한다”, ‘유책주의’ 유지

비슷한 사례인 최태원 SK 회장 소송에도 관심

입력 2019-06-14 14:10 수정 2019-06-14 14:17

영화감독 홍상수씨가 14일 이혼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가정법원은 기존 법원의 판례대로 유책배우자인 홍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6년 11월 법원에 소장이 접수된 지 2년7개월만의 결론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이날 홍씨가 아내 A씨를 상대로 청구한 이혼소송에서 홍씨 청구를 기각했다. 이로써 홍씨는 A씨와 법적으로는 혼인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홍씨는 배우 김민희씨와의 내연관계를 공개한 상태에서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즉 혼인 관계를 파탄 낸 ‘유책배우자’인데도 먼저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다음 달 26일 첫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같은 경우여서 최 회장의 소송 향방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날 판단은 대법원이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재확인한 유책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은 A씨가 청구한 이혼소송에서 1·2심과 같이 A씨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유책주의란 혼인 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리적 견해다. 다만 당시 전원합의체 의견은 7:6으로 팽팽히 엇갈렸다. 소수 의견을 낸 6인의 대법관은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라면 실질적 이혼상태라 할 것이므로 그에 맞게 법률관계를 확인·정리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대법관 6인은 재판상 이혼 원인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840조 6항에 주목했다. 6항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유책주의하에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대 배우자가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오기나 보복감정에 의해 이혼을 거부하거나, 파탄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기존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졌을 경우 법원은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또 상당 시간이 흘러 쌍방 책임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경우에도 이혼이 허용된다.

하지만 김 판사는 홍씨의 혼인 관계와 이혼청구가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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