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은 날 의심하더라” 고유정 현 남편이 제주에서 고소한 이유

국민일보

“아들 잃은 날 의심하더라” 고유정 현 남편이 제주에서 고소한 이유

입력 2019-06-15 06:26 수정 2019-06-15 07:43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잔인하게 살해한 고유정(36)의 재혼한 현재 남편(37)이 석 달 전 발생한 아들의 의문사에 대해 제주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의 거주지이자 사건의 발생지인 충북이 아닌 제주에 고소장을 낸 이유에 대해 “충북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현 남편은 경찰 수사가 자신에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 남편의 법률대리인도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이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라며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경찰은 현 남편만 수사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초동수사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건 당일 현 남편이 눈을 떴을 때 다리가 아들의 위에 올라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청주 경찰의 발표에 대해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현 남편 측은 “경찰이 ‘당신의 다리가 아이의 몸 위에 올라갔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정정했다. 고유정의 범행이 드러나고 아이의 질식사에 관심이 쏠렸던 사건 초기에도 청주 경찰은 현 남편의 과실치사에만 집중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각각 전 배우자 사이에서 6살짜리 동갑내기 아들이 1명씩이 있었고 2017년 11월 결혼 후 직장 때문에 기러기 부부 생활을 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네 가족이 같이 살 것을 약속했지만 고유정이 약속을 미뤄 올해 3월 모이기로 했다. 두 아들의 유치원까지 2월에 미리 등록해뒀지만 고유정이 약속 날짜 직전에 일정을 미루면서 현 남편의 아들만 2월28일 데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흘만인 3월2일 의붓아들이 숨졌다.

현 남편은 아들의 사망에 대해 여러 의문점을 제기했다. 사망 전날 자신이 깊이 잠든 것, 또 6살 된 아이가 자는 도중 질식사했다는 것, 경찰의 초동수사 등이었다. 현 남편은 13일 제주 시내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유정이 건넨 차를 마시고 평소보다 더 깊이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고향에서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 현 남편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대해 “아들 옆에서 잔 나를 조사한 건 이해가 되지만 방만 달랐을 뿐 같은 공간에서 잤던 고유정에 대해선 지금까지 딱 한 번, 5월2일 1차 부검 후 참고인으로 조사한 15분이 전부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직업이 소방관이라고 한 남편은 응급구조만 10년 경력이라고 설명했다. “응급구조를 많이 해본 경험으로 본능적으로 알았다. 희망이 없는 걸 알면서도 119를 부르고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한 남편은 “아이를 잃고 청주에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시반(사람이 죽은 후에 피부에 생기는 반점) 현상’있었다고 말하니 오히려 경찰들이 그걸 근거로 어떻게 아이가 죽을 줄 알았냐고 의심했다”고 했다.

경찰의 의심을 받은 남편은 결국 5월 28일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실시했다고 했다. 결과는 6월3일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남편은 “통상 검사 결과는 3일 이내 받을 수 있다고 안내 받았지만 고유정 사건 발생한 1일 이후인 3일에서야 통보 받았다”며 “바로 그날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결과 통보 시기에 대해서도 의심했다.

“청주 경찰서 측에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했지만 수사 포커스가 나에게만 맞춰져 있어 6월11일 아들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보냈다”고 한 남편은 “보내도 소용이 없어 어제 제주지검에 고유정 살인혐의 고발장을 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뿐”이라고 한 현 남편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줄 알면서도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현 남편은 이어 “아들 사건과 관련해 수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또다시 내가 아이 몸에 다리를 올려놨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계속 수사만 하자고 한다”며 “그 사이 고유정은 한 번도 안 부르더니 살인사건 발생 후에야 수사한다고 한다”고 했다. “경찰을 믿을 수 없어 변호인과 논의 끝에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내는 방식으로 수사 확대를 꾀했다”고 한 현 남편은 “충북경찰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고씨가 의붓아들이 숨지기 전날 현 남편에게 졸피뎀을 몰래 먹인 뒤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 남편의 체모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정을 의뢰했다. 의혹은 의붓아들이 숨지기 약 넉 달 전 고유정이 청주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증폭됐다. 게다 현 남편도 아들이 숨지기 전날 고유정이 건넨 차를 마시고 평소보다 더 깊이 잠이 들었다고 주장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 현 남편의 체내에선 졸피뎀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