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 인류는 언젠가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개척할 수 있을까?(영상)

국민일보

[왱] 인류는 언젠가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개척할 수 있을까?(영상)

입력 2019-06-21 10:00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가 그려낸 지구의 미래를 떠올려보자. 스크린 속 지구는 병충해 탓에 옥수수를 제외하면 그 어떤 작물도 재배할 수 없는 을씨년스러운 별이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엔 연일 뿌연 먼지바람이 불고 사람들은 주야장천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다. 결국 해법은 하나밖에 없었으니, 그건 별동대 성격을 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밖 피난처를 찾는 거였다.

출처: 영화 '인터스텔라' 트레일러

그런데 영화 속 설정처럼 언젠가 지구가 결딴날 운명이라면 인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이들에겐 황당하게 여겨질 상상이지만, 오랫동안 우주론 분야에서 으뜸가는 학자였던 스티븐 호킹(1942~2018)은 정색하고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우주로 널리 퍼져나가는 것만이 우리 스스로를 구할 유일한 길”이라고.

스티븐 호킹(1942~2018) 출처: BBC/RICHARD ANSETT

호킹이 우주 탐사의 필요성을 간곡하게 호소하는 이유는 지구 멸망의 징후가 수두룩해서다. “온실 효과와 지구 온난화는 궁극적으로 지구의 기후를 매우 뜨겁고 황산비가 내리는 섭씨 250도의 금성처럼” 만들어버릴 개연성이 충분하다. 핵전쟁이 일어나거나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호킹은 “앞으로 1000년 안에 어떤 식으로든 필연적으로 지구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과연, 인류가 저 광막한 우주 공간에 새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가능할까? 이 무거운 주제에 대해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미치오 카쿠(72)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평형우주’, ‘초공간’ 같은 작품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었던 세계적인 석학이다. 인류가 언젠가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개척할 수 있을지에 대해 취재하려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카쿠 교수의 신작 ‘인류의 미래’를 발견했다. 앞으로 나올 내용은 이 책을 정리한 건데, 미리 말하지만 끝까지 봐도 개척할 수 있다 없다 딱 떨어지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이건 그렇게 심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치오 카쿠(72) 뉴욕시립대 석좌교수

일단 지구를 벗어나는 첫 시험대는 아마도 ‘화성에 사람 보내기’일 것이다. 미국 중국 같은 강대국들은 잇달아 화성 탐사 계획을 밝힌 상태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벌이는 곳이 많은데, 테슬라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는 2024년, 그러니까 앞으로 5년 후까지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2030년대 중반에 사람을 화성에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유럽 중국 러시아도 저마다 2040~2060년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들 프로젝트 가운데 NASA가 내놓은 청사진을 살펴보자.

역사상 최초로 화성에 발자국을 남길 사람은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일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이 고등학생이라면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10여년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화성 탐사에 나서는 팀은 ①파일럿 ②공학자 ③과학자 ④의사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가진 뒤 좁은 우주선에 갇혀 기착지인 달로 향한다.

출처: DeviantArt

이곳에 있는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은 지우개가 달린 연필처럼 생긴 우주선으로 갈아탄다. 지우개 부분이 우주인들이 탑승할 캡슐이고 연필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엔 태양 전지판이 달려 있다.

이때부터 기나긴 여행이 시작된다. 9개월간 우주선에서 게임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창밖엔 붉은 행성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화성에 도착한 우주인들은 물과 미생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땅에 구멍을 뚫어 지하 얼음층을 분석할 것이다. 화성의 지하 얼음층은 나중에 화성에 기지를 건설했을 때 식수와 산소, 그리고 수소연료를 조달하는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성공하더라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중력이 지구의 40%밖에 안 되고, 일몰 이후엔 기온이 영하 127도까지 내려가는 화성에 물과 산소가 확보된 안전한 기지를 구축하려면 2050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카쿠 교수는 예상했다.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화성을 지구 못지않게 안락한 서식지로 개조하는 일이 남아 있다.

‘제2의 지구’는 태양계 너머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그 까마득한 거리를 날아가려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성능이 좋은 우주선을 타고도 수백 년은 날아가야 할 거다. 수백 년을 버티려면 냉동인간처럼 가사상태에 빠지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인간의 나약한 신체가 이 여행을 견딜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든다면 몸은 놔두고 의식만 저 멀리 새로운 별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수백 년간 가사상태를 유지한다거나 몸은 놔두고 의식만 보낸다는 둥의 말들이 뭔가 허황된 이야기 같고, 이쯤 되면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건 카쿠 교수가 진지하게 분석한 내용이다. 그만큼 ‘인류는 언젠가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개척할 수 있을까?’는 심플한 문제가 아니란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쿠 교수는 인간의 새로운 별 개척에 대해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우주가 지금껏 그랬듯 팽창을 거듭한다면 훗날 꽁꽁 얼어붙거나 만물이 갈가리 찢어지게 될 텐데, 이때 인류는 피할 도리 없는 마지막을 맞게 될까. 카쿠 교수는 이렇게 전망했다.


“인간은 우리 우주를 포함한 다중우주를 내려다보면서 새로운 거점으로 삼을 만한 우주를 고를 수 있다. (중략) 최후의 순간에 우주와 함께 죽지 않고, 다중우주에서 적절한 우주를 골라 거주지를 옮길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이야기는 우주가 죽어도 끝나지 않는다.”


▲ 영상으로 보기!

뉴스 소비자를 넘어 제작자로
의뢰하세요 취재합니다
유튜브에서 ‘취재대행소 왱’을 검색하세요


이용상 기자, 제작=전병준 sotong203@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