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여아 짓누르기만 해 강간 아니다?… 독 된 재판부 해명

국민일보

10세 여아 짓누르기만 해 강간 아니다?… 독 된 재판부 해명

2심, 미성년자의제강간만 인정

입력 2019-06-19 04:30

10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3년으로 감형된 남성 사건에 대한 공분이 들끓자 법원이 이례적으로 판결 이유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오히려 법원이 강간 판결에 있어 폭행과 협박에 집중하는 최협의설에 갇혀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만 증폭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는 지난 13일 보습학원 원장인 이모(35)씨에게 내려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관련 판결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빗발치자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 아이의 진술만으로는 폭행 및 협박을 동반한 강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채팅 어플에서 만난 A양을 자택으로 유인했다. 소주 2잔을 먹인 뒤 양손을 결박하고 성폭행했다. 1심은 그의 억압 행위를 폭행과 협박으로 판단했으나 2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증거가 피해 아이의 진술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13세 미만 아동과 간음했을 때 처벌하는 미성년자의제강간만 인정했다. 폭행과 협박이 없어 강간은 아니지만 상대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처벌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을 당한 사실은 없고,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 유일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아이의 몸을 누른 행위가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일부 보도처럼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또 피해 아이가 법정 진술을 거부해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어머니의 진술은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원칙적으로 ‘강간죄 무죄’가 선고돼야 하지만, 직권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유죄’ 판단을 내렸다”며 “이번 사안에 무죄를 선고한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 목적에 비춰봤을 때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결이 나온 후 여성변호사회는 “아동을 가르치는 보습학원 원장이 평소 사용하던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10세 아동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소주 2잔을 먹인 뒤 피해아동을 강간했는데, 이 같은 자에게 법정형의 범위 중 가장 낮은 3년형을 선고하였다는 것은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재판부의 해명 이후 비난은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피해자가 아동이라는 사건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폭행과 협박에 대해 지나치게 편협하게 해석하는 최협의설에 갇혀있다는 지적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몸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폭행과 협박이 될 수 있고,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일텐데, 이를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어머니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영상진술의 증거 능력을 외면한 판단이 아니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항소심 판결을 낸 판사를 해임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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