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트럼프 흉내 내나?”…‘외국인 근로자 차별 발언’ 논란

국민일보

“황교안, 트럼프 흉내 내나?”…‘외국인 근로자 차별 발언’ 논란

노동 전문가들 “외국인 근로자 세금 낸다” 반박

입력 2019-06-19 16:31 수정 2019-06-19 22:5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외국인 근로자와 국내 노동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아선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외국인 근로자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터라 공당의 대표가 실정법에 어긋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포퓰리즘을 비판해온 황 대표가 ‘트럼프식 포퓰리즘’에 가까운 근거 없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황 대표는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돼선 안 된다”며 “내국인은 국가에 세금을 내는 등 우리나라에 기여한 분들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왔고, 앞으로 다할 것이다. 이분들을 위해 (국가가) 일정 임금을 유지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외국인 근로자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다수의 현행법과 배치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에도 사용자가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해 처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차별금지협약’도 국적 등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또한 2007년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일부 배제해 차별 논란이 일었던 ‘산업연수생 제도’를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임금 차별을 받아도 된다는 것이냐”며 “역지사지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세금을 내지 않아 우리나라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황 대표의 주장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법률지원센터 소속인 공성수 노무사는 “외국인 근로자 또한 4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며 “3D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산업현장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 이를 무시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은 똑같은 세금을 원천징수 당한다. 세금은 국적이나 인종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며 “세금은 같은데 임금이 다르게 계산된다면 이런 나라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라고 말했다.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외국인 근로자의 현실을 무시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주와 인권연구소’의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도 절반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관계자는 “아직도 수많은 사업장이 편법을 통해 이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돈을 주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포퓰리즘을 비판했던 분이 ‘트럼프식 포퓰리즘’을 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황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한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은 ‘극우 포퓰리즘’적 혐오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과 관련해 현행법과 비준된 국제협약을 모조리 부정한 발언으로 위험천만하다”고 꼬집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경제 못 한다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적게 주게 되면 한국 청년들 일자리만 더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내 기업들은 당연히 임금수준이 낮은 외국인 근로자를 더 고용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황 대표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ILO 규정과 근로기준법의 정신이다. 존중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외국에서 온 분들이 (혜택을 받아) 결과적으로 차이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며 “임금 관련 부분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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