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언급한 적 없는데…” 영동 여고생 사건 ‘김씨’, 프로파일러 질문 후 반응

국민일보

“강간 언급한 적 없는데…” 영동 여고생 사건 ‘김씨’, 프로파일러 질문 후 반응

입력 2019-06-23 08:12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에서 추적한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이 네티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방송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씨가 제작진과 인터뷰 도중 ‘강간’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장면이 큰 화제가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18년 전 충북 영동군에서 발생한 장기 미제사건을 22일 집중 조명했다. 사건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A양은 2001년 3월 영동군 내의 한 공사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의 시신은 양 손목이 절단되는 등 훼손돼 있었다.

A양은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인 2001년 3월 7일에도 근무를 했다. A양은 이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 가게 옆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출혈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A양의 심장이 멎은 상태에서 시신이 훼손된 것으로 추정했다.

제작진은 사건 당일 범인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를 만났다. 당시 열 살이었다는 제보자는 “치과 진료 후 엄마를 만나러 차로 돌아가던 중 한 남자가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안쪽으로 가보세요’라고 했는데 ‘어딘지 잘 모르니까 같이 가달라’고 했고, 내가 큰 소리로 거절하자 인근 가게에서 사람이 나온 덕에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차 안에서 아빠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맞은편 가게 안에서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하고 있었다”며 “아까 봤던 남자도 그 가게를 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보자는 “그 남자가 문을 열고 머리만 넣어서 무언가를 말했고, 여자분이 가게 밖으로 나와 같이 이동했다”면서 이후 비명을 들었다고 했다.

사건 초기 경찰은 공사현장 인부들을 집중 조사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수사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끝에 목수로 일했던 김씨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사건 당일 눈 부상을 이유로 부산에 간 인물이었다. 그는 이날 저녁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한 뒤 부산으로 떠났고, 약 3시간 뒤 A양이 사망했다. 김씨는 이후 어떠한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

제작진은 부산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는 사건에 대한 내용은 함께 일했던 동료가 부산에 내려와 설명해줘서 알게 된 게 전부라고 했다. 또, 사건 당일 눈을 다쳐 곧장 부산으로 내려왔고 그날 바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김씨는 사건 발생 열흘 전 눈을 다쳤고 치료도 부산에 내려온 지 5일 만에야 받았다. 부산으로 떠난 날에도 동료들과 여가 시간을 보낸 뒤 저녁까지 먹고 출발했다. 당시 그가 입었다는 옷차림도 제보자가 기억하는 남성의 인상착의와 일치했다.

무엇보다 김씨는 제작진이 투입한 프로파일러와 대화하던 중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강간’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내가 눈이 다친 상태였는데 현장 구조도 모르고, 몇시에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고 그런 것도 알 수 없는데 어린아이를 창고로 데려가서 강간하자고 거기 남아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제작진은 김씨와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 과정에서 성폭행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애초 숨진 A양에게는 성폭행이나 폭행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이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지만 시도 전에 피해자가 숨져 미수에 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을 뿐이었다.

프로파일러는 “(범행이) 강간 목적인 것은 어떻게 알았느냐. 강간 목적이라고 말씀 안 드렸는데”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에 “(취재진이 보여준) 사진에 그렇게 돼 있다”며 “(피해자가) 여학생이고 사진에도 그렇게 돼 있다. 남자가 여학생을 데리고 갔을 때 강간 정도로 대부분 생각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제작진이 보여준 A양 시신 사진을 통해 성범죄일 것이라고 유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견 당시 A양은 교복을 전부 갖춰 입은 상태였다. 김씨는 이후 “담배 한 대 태우고 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벗어났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김씨가 프로파일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실수를 한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제작진이 언급한 적도 없는 단어를 먼저 꺼낸 것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씨가 강간을 언급하는 장면의 캡처본은 방송이 끝난 뒤에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정황만으로 김씨를 범인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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