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서 암 걸린 주제에” 죽어서도 이혼 못 한 언니 그 후(영상)

국민일보

“뚱뚱해서 암 걸린 주제에” 죽어서도 이혼 못 한 언니 그 후(영상)

입력 2019-06-26 00:05

국민일보에서 지난 5월 23일 보도된 [“유산돼라, 이혼하게ㅋㅋ” 죽어서도 이혼 못 한 언니(인터뷰)] 기사를 기억하시나요.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허모씨가 암 투병 중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지난달 9일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였죠. 그리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지금 유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가해자는 죗값을 치렀을까요.

허씨의 동생에 이어 이번엔 어머니가 직접 나섰습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 19일 “딸의 남편이었던 J씨를 처벌해달라”며 “이혼 소송 중 사망한 우리 딸을 이혼시켜달라”고 적었습니다. 어머니의 청원 내용을 살펴볼까요.



저는 경남 김해에 사는 고인의 엄마입니다. 우리 딸은 5월 9일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30대 중반을 넘기지 못한 채 먼저 떠난 딸을 편안히 보내지 못하고 이렇게 사연을 올리는 복 없는 엄마의 가슴은 찢어집니다. 우리 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몇 개월 전 알게 된 딸의 결혼 생활은 지옥과 같았습니다.

1. 가정폭력
J씨가 제 딸의 목을 전기선을 이용해 조르고 머리 쪽을 수 차례 때려 고막의 천공 진단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폭언과 협박을 하며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평생 듣지도 못했던 욕을 딸에게 쏟아부었고, 이 사실을 알고 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2. 임신 중 폭언·폭행과 두 번의 유산
임신한 딸에게 물건을 던지는 등 폭행했습니다. 임신한 딸을 밀쳐 하혈을 하게 하고 유산을 두 번이나 하게 만들었습니다. 딸에게 “내가 강제로 유산시켜 줄 테니, 배를 밟아서라도 애 지워 줄 테니” “애는 알아서 지우든가 해라. 어차피 유산 될 꺼라서 신경 안쓴다” “애기나 유산되었으면 정말 좋겠네요. 유산돼라 바로 이혼하게” “진짜 좋은 방법은 니 배를 때려라. 스트레스 더 받아라” “지우면 백이고 유산되면 보험처리돼서 20이면 된다” “니가 죽음 너희 부모가 불쌍하지, 내가 힘들고 아파 할 것 같나” “니가 살살 맞으니까 그딴 소리 하지” 같은 말을 했습니다.


3. 암 투병 중 폭언과 폭행
유방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수술,방사치료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치료가 끝날 무렵 폐로 전이됐습니다. 그 후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J씨는 암 치료 약 2년간 병원비 한 푼 주지 않았습니다. 유방암 치료 중에도 폭언과 폭행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길거리에서 욕을 하며 물건을 던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애도 못 놓는게, 이상한 병 걸린 주제에” “니 죽으면 내가 슬프나. 장인장모가 슬프지” “암 걸린게 자랑이다” “니가 뚱뚱해서 암 걸린거다 헛소리 마라” “여자 하나 잘못 들어와서 집안을 망쳐놓고 있다. 암 있는 주제에” 같은 말을 했습니다.

4. 외도
딸이 피를 토할 때 차량 동호회 카페 활동을 통해 경기도 부천에 사는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부천과 김해를 오가며 외도를 했습니다. 카페 게시판에 “말없이 옆에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 만나러 갑니다” ****(외도녀)과 행복한 점심” “사랑하는 사람과 첫눈을 보고 싶었는데 놓치고 말았다” “****아!(외도녀) 아프지 마라 내 맘도 아프다” 등의 글을 올렸습니다.


5. 아동학대
자신의 조카인 큰딸의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당시 휘발성 유리 제품을 던지고,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로 찼으며, 인터폰으로 “누구세요” 라고 했다는 이유로 목을 졸라 들어 올렸습니다. 가정폭력과 함께 고소 접수를 했고 벌금형 200만원으로 판결이 났습니다. “그때 목을 조르는게 아니라 뺨을 쳐 때릴걸 그랬어” 등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허씨의 유족은 현재 J씨를 상대로 폭행·폭언 혐의 등 관련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어머니는 그의 악행이 알려지고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진통제 없이는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앉거나 누울 수도 없던 모습. 뇌로 전이가 되어 손과 머리를 흔들며 ‘엄마, 엄마, 엄마’ 부르던 모습. 이혼 재판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날짜를 물어보던 모습. 이혼 재판이 미뤄 진 것에 충격 받고 호흡을 하지 못해 제대로 울지도 못하며 산소호흡기를 꼽아야 했던 모습.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까지 ‘엄마 나 억울해. 너무 억울해. 진짜 억울하다. 엄마 나 좀 살려줘’라며 호소했던 모습.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다물지 못한 입과 눈을 뜬 채 의식 없이 누워 있던 모습. 눈을 채 다 감지 못하고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입관했던 모습. 저는 딸의 이런 모습을 눈물로 지켜봤고, 가슴이 문드러지고 찢겨져 나가는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전부 적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허씨는 이혼소송 재판 중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재판은 그대로 종료됐고, 이혼은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사망한 이의 이혼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어머니는 딸이 부디 이혼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어머니는 “대통령님, 우리 딸이 이혼 소송 중에 사망하였는데도 이혼을 할 수가 없다는데, 이러한 법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딸이 이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남은 가족의 억울함과 고통은 사회적 분노로 변하고 있습니다”라며 “우리 딸은 죽었지만 제발 이혼 시켜주세요. 살인마 같은 놈을 제발 구속시켜 주세요. 부탁 드립니다”라고 읍소했습니다.


숨진 허씨의 동생은 “폭행과 폭언을 한 가해자는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반성은커녕 암에 걸린 딸을 시집 보냈다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J씨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하지도 않은 저희 언니의 간병을 해서 인생을 망쳤다고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쪽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않고, 암투병만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낸 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가해자가 (아동학대) 벌금만 내고 또 다시 정상적인 삶을 이어 나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해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살아가고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은 아픔과 고통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 나라 법이 너무나 개탄스럽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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