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도 살고, 쿠팡맨도 살자” 운전대 대신 피켓 잡은 쿠팡맨 노조

국민일보

“쿠팡도 살고, 쿠팡맨도 살자” 운전대 대신 피켓 잡은 쿠팡맨 노조

4년간 임금 동결·늘어난 물량… “임금 인상 및 휴게시간 보장하라”

입력 2019-06-25 17:39
뉴시스

“우리는 인간이다. 기계가 아니다”

쿠팡맨 노동조합은 “배송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운전대는 잡을 수 없다”며 피켓을 들고 일어섰다.

쿠팡맨 노조(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앞에서 25일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쿠팡의 로켓배송, 쿠팡맨을 갈아서 연료로 쓰는 로켓은 출발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외쳤다. 이들은 “너도 살고 나도 살자, 임금동결 해결해라. 얼굴 보고 얘기하자” “적정물량 설정해서 휴게시간 보장하라” “4년간의 임금동결 올여름에 올려보자” “노조를 인정하라, 교섭을 존중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쿠팡맨 노조는 이날 지난 4년 간 동결상태인 임금 개선과 휴게시간 보장을 본사 측에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쿠팡맨 체제가 도입된 뒤 이들의 임금은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문제는 임금체계라고 했다. 쿠팡은 레벨에 따라 임금이 책정된다. 분기에 따라 실적을 평가한 뒤 레벨을 조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레벨 업 속도와 물가상승률 차이가 크고, 각 레벨 당 급여도 4년 간 동결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최소한의 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쿠팡맨이 업무 중 사고를 냈을 경우 본사 측은 급여에서 20만원씩 차감한다. 여기에는 하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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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그대로인데, 물량은 배로 뛰었다. 쿠팡맨이 처음 도입된 2014년 당시만해도 하루에 80~90가구 정도를 배송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140~150가구를 다닌다. 하지만 사측은 “동종업계 최고 대우”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측이 노조와의 교섭에 소극적인 점도 비판했다. 쿠팡맨 노조는 “노동조합을 만든 지 열 달이 됐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교섭을 시작한 지 여덟 달이 됐다”며 “그동안 사측은 어떤 요구도 듣지 않았고, 아예 할 수 없다는 답변조차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쿠팡맨 출범 당시 정규직 근로자 신분이라고 광고했다. 정작 근로시간은 지켜지지 않고, 하루 물량을 완수하지 못하면 새벽까지 초인종을 누르며 일한다. 이게 우리가 원했던 정규직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영 쿠팡맨노조 조직부장은 앞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쿠팡맨은 수당이 아닌 고정급을 받는데 4년 동안 임금은 동결상태”라며 “물가상승률만큼도 인상해 주지 않았으면서 할당량은 계속 늘리고 있다. (수당으로 받는 회사보다) 3배 더 할당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바라는 건 휴게시간 보장”이라며 “1시간이라도 쉴 수 있으면 식사라도 제때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호소했다. 이어 “근무 중 쉬는 쿠팡맨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워낙 물량이 많다보니 9시간 내내 일해도 다 채우지 못한다. 일하는 시간 동안 밥을 먹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뒤 하웅 쿠팡맨 노조위원장은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에게 보내는 서한과 쿠팡맨들의 메시지를 본사 측에 전달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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