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사운드 테스트

국민일보

LCK 사운드 테스트

입력 2019-06-30 02:03 수정 2019-06-30 02:50

아프리카의 사운드 테스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경기 시작 30분 전에 사운드 테스트를 한다. 선수 간 통신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함이다. 보통 탑라이너에서 서포터 순으로 진행한다. 대회 관계자가 ‘탑 선수부터 말해볼게요’하면 탑라이너가 ‘아아, 잘 들려?’하고 묻는다. 다른 팀원들은 이상이 없으면 ‘응, 잘 들려’하고 답하는 식이다.

LCK 현장 취재진에게 주어진 특권 중 하나는 사운드 테스트에 임하는 선수들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29일 ‘전지적 프로시점’ 프로그램 속 아프리카 선수들의 목소리는 샌드박스 게이밍전(21일)에서 나왔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사진을 찍다가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아프리카는 LCK에서 가장 시끄럽게 사운드 테스트를 하는 팀이다. 영상으로 봤을 때는 ‘유칼’ 손우현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선수들이 시끄럽다. 그날 선수들의 사운드 테스트 멘트는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전지적 프로시점에서도 비춰줬듯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이 “탑 미아, 탑 미아, 탑 안보여!”로 포문을 열었다. 정글러 ‘드레드’ 이진혁은 “(손)우현아, 블루 내가 먹어도 돼?”로 목소리를 점검했다. 손우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네~ 잘 들려요”라고 대답했다.

바텀 듀오도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먼저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이 “아~세난이 또 죽었다”고 말했다. 그 다음 차례였던 서포터 ‘세난’ 박희석은 “아~ 우리 원딜 또 죽었어~ 수은(장식띠) 좀 사라니까”로 응수했다. 테스트가 끝난 뒤에는 손우현의 ‘사랑의 밧데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LCK에서 가장 어린 팀은 이렇게 긴장을 푼다.


한 장의 사진

LCK는 하루 두 경기가 열린다. 첫 번째 경기와 두 번째 경기의 텀은 30분에서 1시간 사이다. 때로는 첫 경기 기사를 마감하기 전에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지난 9일이 그런 경우였다. 1경기였던 킹존 드래곤X 대 샌드박스전 기사를 쓰는 데 오래 걸렸다. 2경기에 나서는 SK텔레콤 T1과 아프리카 선수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지 못했다.

오후 7시42분, 기자실에서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 경기장으로 달려봤지만 이미 늦었다. 선수들이 장비 점검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간 뒤다. 단 한 명, A선수만이 아직 손을 풀고 있다. 그를 렌즈에 담기 위해 서둘러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헤드셋을 벗고 일어나려던 A선수와 눈이 마주쳤다.

마침 대기실로 돌아가려던 A선수는 뒤늦게 나타난 렌즈에 적잖게 당황한 눈치였다. 1초간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A선수는 평소처럼 묵례를 건넸다. 그리고는 자세를 고쳐 앉아 다시 손을 풀었다. 왜인지 동공에는 초점이 없다. 일단 급한 대로 셔터를 연달아 눌렀다. 간신히 한 장의 사진을 건졌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서둘러 경기장 바깥으로 나온 뒤, A선수의 모니터를 보고는 조금 놀랐다. 연습 모드가 아닌 대기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다른 기자가 그에게 카메라를 갖다 댔을 때, A선수는 텅 빈 화면을 응시한 채 마우스를 흔들고 있었다. 지각한 기자들이 허탕 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나름의 기지를 발휘했던 셈이다.

곧 경기 시작이 임박하자 취재진이 모두 빠져나갔다. 그제야 A선수도 자리를 떴다.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A선수의 닉네임은 ‘페이커’다. 아래는 그날 건진 단 한 장의 사진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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