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결식아동 꿈나무카드 안 받겠다”는 파스타집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결식아동 꿈나무카드 안 받겠다”는 파스타집

입력 2019-07-05 00:15 수정 2019-07-05 00:35
게티이미지뱅크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안 받으렵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파스타 가게가 결식아동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혀 화제다.

지난 2일 ‘진짜파스타’ 공식 트위터에 “많은 아이들이 알 수 있게 많이 퍼트려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진짜파스타’를 운영 중인 오인태 사장은 “올해 초 구청에 갔다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알게 됐다”고 했다.

'꿈나무 카드'는 보호자의 식사제공이 어려워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취학 및 미취학 아동(중위소득 52% 이하 가구의 아동)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급식 카드다.

지정 가맹점에 카드를 보여주면 1식에 5000원 한도 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액과 가맹점, 이용 시기 등에 한계가 있어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짜파스타’ 트위터 캡처

오씨는 “현실적으로 5000원이면 한 끼 해결이 쉽지 않다. 꿈나무 카드를 받아주는 가맹점도 많지 않다”며 “주말, 평일, 방학, 명절 등 시기마다 이용 조건도 다르고 1일 1식에, 지자체마다 부르는 이름도 조금씩 다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꿈나무 카드를 받으려고 알아보니 정산받는 것도 복잡하고 어렵더라. 그래서 그냥 안 받기로 했다”며 결식아동들이 ‘꿈나무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5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진짜파스타’ 트위터 캡처

끝으로 오씨는 “얘들아, 아저씨가 어떻게 알려야 너희들이 상처받지 알고 편하게 올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 미안하다. 그 나이대의 감수성을 잃어버린 지 너무 오래돼서 더 좋은 말로 쓸 수 없음을 이해 바란다”며 “나의 실수로 너희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얘들아,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 준단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밥 먹자”라고 남겼다.

4일 기준, 무료 식사를 제공받기 위해 식당을 찾아온 아이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씨는 이날 YTN과 인터뷰에서 "아직 스스로 찾아온 아이는 없지만, 서류상으로 부모가 존재해 꿈나무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10여 명의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해줄 수 있냐는 한 단체의 연락을 받아서 초대했다. 그런데 아직 방문하진 않았고 언제 올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게가 망할 때까지 무료 식사를 제공할 생각이다. SNS와 보도를 통해 지원 소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무료 식사 제공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오씨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아이디어를 줬다”며 “한 번 꿈나무 카드를 갖고 방문했던 아동에게는 명함 크기의 ‘VIP 카드’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두 번째 방문부터는 ‘VIP 카드’만 가지고 오면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다. 오씨는 “한 번 왔던 아이는 얼굴을 기억할 테니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라며 “VIP 카드 디자인 시안도 나왔다”라고 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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