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버지에 그 아들… 가난한 목회자에 양복 선물하는 ‘엘부림양복점’ 부자

국민일보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가난한 목회자에 양복 선물하는 ‘엘부림양복점’ 부자

가업 이은 박승필씨도 목회자에게 맞춤 양복으로 섬겨

입력 2019-07-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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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지난 40여년간 가난한 목회자에게 양복을 선물해온 ‘엘부림 양복점’ 박수양(69·서울 답십리침례교회) 대표의 섬김을 아들 박승필(35)씨도 이어가고 있다. 2007년부터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양복점에서 일하고 있는 박씨는 지금까지 주변의 목회자들에게 맞춤 양복 10여벌을 선물했다.

지난 1일 서울 답십리 양복점에서 만난 박씨는 “목회자를 섬기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목회자를 섬길 때 오는 기쁨과 축복을 아버지 옆에서 직접 눈으로 봐왔다”며 “양복집을 하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 대표는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하니까 기특하다”면서 “모세 옆에 아론과 훌을 붙여주신 것처럼 이렇게 아들이 옆을 지키니까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1968년부터 맞춤 양복 한길을 고수해 온 장인으로 맞춤 양복 명장(2016년 한국맞춤양복협회 선정)이다. 그는 서울 ‘미조사 양복점’에서 심부름꾼으로 시작해 76년 ‘부림 양복점’을 오픈했으며 이후 각종 대회에 출전해 많은 상을 받으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한국맞춤양복 기술경진대회 대상, 2014년 아시아 고베 양복기능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2016년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로 위촉됐고 같은 해 양복점을 배경으로 방영됐던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양복점신사들’에 특별 출연하고 자문하기도 했다.

아들 박씨는 연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본래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는 기술은 있지만 기성복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아버지가 안타까워 맞춤 양복에 관심을 가졌다. 무엇보다 맞춤 양복은 나이 든 세대만 입는다는 선입견이 문제였다.

박씨는 가업을 잇기로 하고 젊은이들이 찾는 양복점으로 변신시키고자 노력했다. 상호 ‘부림 양복점’을 ‘엘부림 양복점’으로 바꿨다. 명품 양복과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고 6000여 회원을 체형별로 구분, 매장 한번 방문으로 양복을 맞출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이를 통해 고객의 85%를 20∼30대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양복 맞춤 기술도 적극 배웠다. 2016년 평택의 국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명장이 지도하는 맞춤 양복 7개월 과정을 들었다. 이어 2018년 10개월간 명품양복제작반에서 공부했다. 양복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매장에서는 아버지에게 기술을 배웠다. .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젊은 스타일의 옷을 개발하기 위해 미술을 전공한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젊은 고객을 겨냥해 마케터도 뽑았다. 그 덕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그 와중에 틈을 내 목회자의 양복을 만들었다. 그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아버지가 목회자 섬기는 것을 보고 자라 자연스럽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섬기는 교회 부목사, 교구 목사 등 주변의 목회자들을 섬긴다. 또 지금은 은퇴한 연세대 교목에게 매년 양복을 선물한다.

그는 “섬기는 자의 기쁨은 섬겨본 사람만 안다”며 “내가 만든 옷을 입고 강대상에 오른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아버지처럼 평생 목회자와 선교사를 위해 양복을 만들어 섬기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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