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희망의 증거”

국민일보

“가짜뉴스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희망의 증거”

[간담회] ‘팩트풀니스’ 저자 안나 로슬링

입력 2019-07-10 12:25
'팩트풀니스'의 저자 안나 로슬링. 뉴시스

지난 3월 둘째 주, 국내 거의 모든 신문의 서평 코너에는 한 권의 화제작을 다룬 기사가 비중 있게 실렸다. 문제의 신간은 세상이 생각보다 근사하고 인류의 진보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주장한 ‘팩트풀니스’(김영사)였다. 이대로 가다간 세계가 결딴날 것이라고 겁박하는 책들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를 제기한 이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미국 대학생 전원에게 팩트풀니스 전자책을 선물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팩트풀니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 중 한 명인 안나 로슬링(44)은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 이유를 이렇게 자평했다.

“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학술적인 내용을 빼려고 했다. 독자들이 쉽게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길 바랐다. 세계의 ‘현황’과 인간이 어떻게 편견과 억측에 휘둘리는지를 동시에 다뤘다는 점도 주효했던 것 같다.”

안나 로슬링은 팩트풀니스 출간을 주도한 스웨덴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1948~2017)의 며느리다. 그는 시아버지, 그리고 남편인 올라 로슬링(44)과 공동으로 이 책을 썼다. 이들은 과거를 부정적으로 추억하고 미래를 비관하기만 하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건 막연한 느낌을 확실한 사실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인간의 본능 탓이라고 적어두었다.

안나 로슬링은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세상에 퍼뜨리기 위해 시아버지가 설립한 ‘갭마인더재단’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가짜뉴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세상의 거의 모든 뉴스는 가짜뉴스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팩트에 근거를 둔 뉴스가 훨씬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논쟁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가짜뉴스를 가리려는 태도는 보다 나은 세계로 가는 다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팩트풀니스는 세계가 사람들 생각처럼 엉망진창이지 않다는 사실을 온갖 데이터를 동원해 증명해냈다. 예컨대 1970년대에 비해 현대인의 기대수명은 10년이나 늘었고, 영양부족을 겪던 인구는 28%에서 11%로 급감했다. 안나 로슬링은 “지금이 ‘좋은 세상’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책을 쓴 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세상이 괜찮다는 거다”고 강조했다.

“과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세계를 바라봐선 안 된다. 그런 생각을 가지면 ‘어차피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비관만 하게 된다. 나는 낙관주의자도, 비관주의자도 아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그리고 이런 태도가 미래를 살기 좋게 만든다는 ‘가능성 옹호론자’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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