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공을 쫓는 사람이 쓴 야구 이야기… 잭 햄플의 ‘베이스볼’

국민일보

메이저리그 공을 쫓는 사람이 쓴 야구 이야기… 잭 햄플의 ‘베이스볼’

입력 2019-07-11 18:21
잭 햄플 인스타그램

뉴요커 잭 햄플(42)은 ‘볼호크’(Ballhawk)다. 볼호크는 구기 종목에서 공을 잘 낚아채는 선수를 말한다. 보통은 패스를 가로채는 스틸의 개념으로 쓰이지만 야구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담장을 넘으려는 장타를 기어이 잡아내는 외야수에게 볼호크라는 별명이 붙는다.

햄플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토박이 뉴요커, 저자, 강연자, 세계기록 보유자, 자선기금 사업가, 전직 스크래블 보드게임 선수, 음악광, 틈새 취미가, 악명 높은 괴짜.’ 이쯤 되면 야구선수가 아니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햄플은 외야수와 반대로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온 공을 낚아채는 볼호크,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야구장에서 날아오는 야구공을 잡는 야구팬이다.

학교에, 직장에, 간혹 집에도 한 명쯤은 있는 야구팬이 어찌 그리 특별할까. 하지만 햄플이라면 다르다. 햄플은 열세 살이던 1990년 6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메츠의 옛 홈구장인 시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처음으로 잡은 야구공을 29년간 1만개 넘게 수집했다. 갈수록 ‘승률’도 높아져 1993년부터 빈손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었고, 2009년 6월 18일 캔자스시티 로열스 홈구장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무려 32개의 타구를 잡아내 개인 신기록을 수립했다고 한다.

햄플은 9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도 어김없이 4개의 공을 잡아 SNS에 자랑했다. 그러니 웬만한 프로선수 부럽지 않은 숫자의 야구팬이 햄플에게 열광하는 것이다. 유튜브 구독자 43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10만1000명, 트위터 팔로어 3만900명이 햄플을 통해 야구를 본다. 햄플은 이제 야구 칼럼니스트를 넘어 엔터테이너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햄플의 신간 ‘베이스볼’(태원준 옮김)은 볼호크의 관점으로 쓴 야구 이야기다. 그 많은 공을 어떻게 잡았는가, 어디에 보관하는가, 직업은 있는가, 무엇보다 궁금한 건 왜 공을 잡는가. 햄플은 그동안 수없이 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 책에 담았다.

야구공이 귀했던 시절도 있었다. 휘발유 1갤런이 25센트였던 1915년에 메이저리그 공인구 가격은 3달러였다. 관중석으로 날아든 공은 경기장 안으로 반환됐고, 그 공으로 다시 경기가 재개됐다. 파울·홈런 타구가 사라지면 선수들이 공을 찾으러 다니는 일도 허다했다.

좋은 투구에 파울을 치면 벌칙을 주도록 규정을 세우려 했던 내셔널리그 사무국의 논의가 지금은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1901년에는 제법 진지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공을 찾으려는 구단과 돌려주지 않으려는 팬 사이의 숨바꼭질은 온갖 소송으로 이어졌다. 햄플 같은 볼호크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돌이켜 보면 야구팬의 투쟁으로 맺은 역사의 결실이다.

야구에서 기록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이고, 그 기록이 쌓인 야구는 스포츠를 넘어 문화가 됐다. 햄플은 야구공에 얽힌 사건을 일일이 수집하고 기록했다. 이 기록을 통해 선수, 심판, 더그아웃의 감독은 물론 담장 너머의 관중까지 야구장의 모든 구성원 중 가장 특별한 관점으로 야구를 볼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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