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사한 기업 임원 되는 것” 윤석열, 양정철 출마제안 거절한 이유

국민일보

[단독] “수사한 기업 임원 되는 것” 윤석열, 양정철 출마제안 거절한 이유

입력 2019-07-12 06:00
<2019년07월08일 김지훈기자 dak@kmib.co.kr>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직’인 고검 검사를 전전하던 2015년 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났고 그가 총선 출마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청문회에서는 “(양 원장에게)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그 이후 양측의 만남이 이어진 데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윤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의 ‘러브콜’도 받았다. 안철수 의원은 그를 직접 찾아 입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는 거절했다. 그는 야권의 정계 입문 제안을 거절하며 주변에 “직업윤리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 스스로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얘기 밖에 안 돼 내가 (정계 입문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윤 후보자가 이같은 발언을 한 배경에는 ‘국가정보원장 대선 개입 사건 수사’가 있다. 그는 2013년 수사팀장을 맡아 사건을 지휘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는 수사팀은 윗선과 충돌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당시 선거가 부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사팀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을 흔드는 셈이었다. 당시 청와대 등 여권과 법무부는 선거법 적용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후보자는 수사에 외압이 들어왔다고 2013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적이 있다.

윤 후보자는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사람이 야권 소속으로 정계 입문을 하게 되면,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린다고 봤다. 그가 ‘직업윤리’를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성과도 맥이 닿아있다. 윤 후보자는 당시 야권의 영입 제안을 두고 “내가 사건하는 사람으로서 한 기업을 수사한 뒤 끝나고 그 기업 임원으로 갈 수 있느냐. 여당 봐주기 해놓고 여당 공천 받을 수 있느냐. 그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원 전 원장 재판이 당시 마무리 되지 않았던 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1일 “박형철 부장검사(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가 여러 사정상 사의를 표명해 자신이라도 재판 끝날 때까지 후배들의 버팀목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정치권으로 간다는 선택지는 마음속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자는 “검찰에서 출세를 못하면 정치권에라도 나가 입신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그건 내가 그쪽에 뜻이 생길 때 따로 하는 일”이라고 당시 주변에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여전히 윤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고 있다. 야권은 “양 원장과의 만남은 정치적 중립성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전날 “윤 후보자는 전 정권 인사를 향한 강압적 수사, 압수수색 등 정권의 사냥개 역할을 유감없이 수행해왔다”고 비판했다. ‘거짓말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법사위 소속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대한민국 최고 사정 기관의 총수가 될 사람이 인사청문회에서 거짓 답변으로 일관한 점은 도덕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으며 고위공직자로서 부적격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은 위증, 거짓말 등 자극적인 말로 과대 포장해 국민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는데 지나친 억지이자 무책임한 자세”라고 말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자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핵심 측근들을 수사해서 구속시킨 분”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원) 수사를 강행하다가 좌천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회 공방과 상관없이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난 직후 윤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24일까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끝내 검찰총장에 앉힌다고 해도 국회가 막을 방법은 없다”며 “그러나 이후 정국 경색의 책임은 문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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