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기 암환자 속여 ‘버섯물 주사’ 투약한 베트남 한인사업가 실형

국민일보

[단독] 말기 암환자 속여 ‘버섯물 주사’ 투약한 베트남 한인사업가 실형

관광·토지개발 사업 명목으로 한인 상대 10억원대 투자금 사기도

입력 2019-07-17 17:00

베트남에서 말기 암환자들에게 버섯 추출물이 섞인 가짜 암 치료제를 투약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한국인 사업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업가는 베트남 현지에서 한인을 상대로 관광 사업 명목으로 투자금 사기 행각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방암 투병 중이던 박모씨는 2016년 12월 암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나서던 중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A한의원을 소개 받았다. 그는 이곳에서 암 치료 주사제를 맞은 뒤 진료비로 7520만원을 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씨는 거액을 주고 치료를 받았는데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A한의원 대표 정모(47)씨를 불법 의료행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정씨는 인터폴에 수배된 끝에 지난해 6월 베트남 공안에게 체포돼 한국 경찰로 인계됐다.

수사 결과 정씨는 각종 버섯 추출물을 진통제·마취제 등 의약품과 혼합한 주사제를 박씨에게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약품을 불법 사용하고 의료인이 아니면서 영리 목적의 의료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씨가 면허 없이 의사행세를 하는 김모씨, 사업가 유모씨, 다른 한의사 2명 등과 범행을 공모하고 각각 환자 유치, 의약품 공급책, 진료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은 2016년 12월~2017년 3월 박씨 등 말기 암환자 5명에게 가짜 주사를 투약해 진료비 총 2억713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하노이에서 관광·토지개발 사업 명목으로 한인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그는 2014년 1월 베트남에서 알게 된 2명에게 “하노이에서 테마파크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허가 비용, 경비를 투자하면 투자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였다. 그는 2014년 2월~2015년 6월 피해자들에게서 23차례에 걸쳐 총 10억여원을 뜯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정씨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보건범죄단속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벌금 500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절박한 처지에 놓인 암환자들을 상대로 무허가 의약품을 이용해 고액의 진료비를 받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며 “범행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정씨는 재판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관광사업 투자를 결정했고, 수고비를 받은 것일 뿐”이라며 사기죄는 무죄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조달할 자본이 없었고, 베트남 당국의 관광사업 허가 여부가 불투명했음에도 피해자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 16일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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